뱃고동 소리와 싸우다

언제나 떠나고픈 부산 앞바다

AI 작품




1-5 뱃고동 소리와 싸우다

조용한 아침 눈을 뜨자마자 윤슬이 유난히 빛나는 앞바다가 보인다.

그 눈부신 빛은 소리 소문 없이 대청마루 깊숙이 밀고 들어와 나를 일깨운다.

때론 늦잠을 자고 싶은 휴일도 어김없이 찾아와 제일 먼저 앞바다의 아침과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뿌우웅” 고막을 신선하게 일깨우는 뱃고동 소리는 마음속 깊은 그림자와 늘 함께 했다.

해거름 짙은 강렬한 태양이 하루를 온전히 태우고 서쪽으로 기울여지면 저녁 바다 위로 네온사인이 하루 둘 켜진다.

산복도로 중턱 앞마당에서 내려다보는 부산 항구의 야경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이었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경관을 마주 하는 두 눈빛은 늘 허전한 마음으로 채워졌다.

들어오고 나가는 배들의 속도에 맞춰 내 마음도 함께 덩달아 움직였다.

나는 언제나 저 배들과 함께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상상을 하곤 했다.

하루 종일 집안에서 갇혀 지내는 처지이었다. 내 안의 욕망은 뱃고동 소리를 타고 수평선 너머로 쉼 없이 뻗어 나갔다.

“도대체 저 많은 짐을 싣고 떠나는 배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 저 배를 끝까지 따라가면, 먼저 떠나신 엄마를 만날 수 있을까?

아홉 살 소녀에게 연기를 내뿜으며 항해하는 배는 신비로운 선물이자 호기심 천국으로

데려다주는 날개이었다.

나는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배를 보며 무수한 질문을 던지고, 다시 스스로에게 다짐을 했다.

“엄마가 떠나신 그곳으로 나도 갈 수 있겠지?”

“엄마는 저 배를 타고 도대체 어디로 사라 진 걸까?”

“반드시 나도 저 배를 탈 수 있는 날이 올 거야” 하고 늘 되뇌며 상상을 했다.

“엄마” 조금만 기다려줘요. 반드시 저 배를 타고 엄마가 계신 곳으로 갈게요. “

그렇게 홀로 독백하며, 나는 앞마당 넓은 집에서 6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뱃고동 소리는 내게 집을 지켜야 하는 고통스러운 소리이기도 했지만 언제나 엄마에게 닿을 수 있다는 유일한 희망의 신호이기도 했다.

<작가의 문장 >

갇혀 있는 시간은 멈춰 있는 시간이 아니라, 가장 멀리 떠나기 위해 내면의 항로를

그리는 시간이었고 내 마음이 언제나 무한하게 뻗어 나가는 상상력을 키우는 시간이었다.


<자작시 >

뱃고동소리 /아다나

앞마당 저편에서 손짓하던

유혹의 소리는 담장을 넘고

거친 뿌우웅 울음소리는

쉴 새 없이 유혹했다

심장이 비어 있던 마음에

유독 처량하게

뿌우웅 울어대고

집에 갇힌 소녀는

귀를 막고 모른 척 해도

끊임없이 흔들어 댄다.

엄마를 그리워하는

욕망과 싸우던 뱃고동 소리는

종이에 새긴 희망 사항과 함께

먼 수평선으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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