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더 멀리

2024년 03월 24일

by 로벨리아

오늘은 버스 정류장 종점까지 걸어갔다.

그동안 주말마다 열심히 걸은 덕분에 체력이 꽤 늘었는지 종점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아 엄마에게 한 번 가보자고 제안했다. 커피 쿠폰이 있어서 근처 매장에 갔는데, 건물 전체가 까페여서 그런지 이마트 안에 있는 매장보다 훨씬 크고 좋았다. 마트 안에 있던 매장은 좁은 곳에 의자를 구겨 넣은 느낌이라 옆사람들의 이야기 소리가 다 들려서 시장통 같았는데, 이곳은 좌석 간격이 넓어 훨씬 쾌적했다. 이른 아침인데도 손님이 꽤 많아 사람 구경도 하고 엄마와 도란도란 얘기도 나누며 즐거운 휴식 시간을 보냈다.


커피를 마신 뒤에는 텀블러 빨대 세척 솔을 살 겸 다이소에 들렀다.

예전부터 와보고 싶었는데 곳인데 물건 종류도 엄청 많고 귀여운 인형, 소품도 가득했다.

엄마는 나에게


"인형 사줄까?" 하고 물으셨지만,


"아냐, 내 나이가 몇인데. 그냥 구경하는 거야." 라며 웃어넘겼다.


어릴 적엔 인형을 좋아해서 세 보따리는 나올 정도로 인형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대부분의 인형들은 과거에 어린 친척들에게 줬지만, 그때 내가 아끼는 인형들만큼은 보낼 수 없어서 주섬주섬 작은 손으로 챙긴 기억이 있다.

성인이 된 지금까지 서재에 남아 세월의 흔적을 머금은 인형을 떠올리니 왠지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다이소에 전시되어 있는 인형들을 보며 그 인형들이 생각이 났다.


'집에 있는 거 가지고 놀지도 않는데... 무슨 인형이야.'


추억을 회상하며 2층으로 올라가 텀블러 빨대 세척 솔을 한참 찾아다니다가,

미니집게와 아이스크림 스쿱이 있어 장바구니에 담았다.

제일 중요한 빨대 세척 솔이 너무 안 보여서 찾으려고 2층을 두 바퀴 돈 끝에 발견해서 기뻤다.


집에 가서는 엄마가 반죽해 둔 칼국수 면 반죽을 얇게 밀고 썰어 수제 칼국수를 만들었다.

얇게 미는 것이 내 담당이었는데, 그냥 생각 없이 무조건 힘으로만 밀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미는 방향, 힘조절이 관건이었다. 모양을 최대한 잡아가면서, 힘도 적당히 조절해 가면서 반죽을 밀어야 했던 거였다. 처음 하는 거라 어색했지만, 천천히 하면 할수록 늘어나는 반죽에 내 기술도 늘어갔다.

몇십 번을 밀고 접고를 반복해서 얇게 펴진 반죽이 올려진 도마를 엄마에게 넘겼다.


썰기만 하면 끝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썰은 면을 넓은 쟁반에 펴놔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도 처음 하는 일이라 처음엔 조심스럽게 하다가 나중엔 조금 익숙해졌다고 여러 개를 집어서 쟁반에 폈다.


손이 많이 간 수제 면을 마침내 칼국수 국물에 넣고 팔팔 끓였다.

맛이 없으면 '다음에 다시는 안 해 먹어야지' 벼르고 있던 나는, 한 젓갈을 먹고 마음이 바뀌었다.

시판 면보다 덜 짜고 훨씬 쫄깃했다. 그리고 불규칙한 면발의 굵기가 오히려 씹어먹을 때의 식감이 다양해서 씹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우리의 정성이 깃든 칼국수. 아빠도 함께 드셨으면 참 좋았을 텐데...

아쉬움과 행복감이 공존하는 저녁 식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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