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라면

2024년 01월 05일

by 로벨리아

집에 마땅히 먹을 게 없을 때,

아빠와 자주 먹었던 컵라면.


오늘은 식탁에 혼자 앉아,

물을 끓이며 불을 켜고

컵라면 안에 수프를 넣었다.


항상 두 개씩 꺼내와

전기포트에 물을 가득 채워 붓곤 했는데,

오늘은 나 혼자 먹는 거라

물 받는 데도 금방이었다.


찬밥 한 공기 데워 와

항상 반씩 말아먹곤 했는데...


'오늘도 나 혼자네'


하며 컵라면에 물을 붓고는

엉엉 울었다.


한참을 울고 나니

라면은 뚱뚱하게 불어 있었고,

국물은 면이 다 먹어버렸는지

사라지고 없었다.


아빠가 계셨다면

"김치랑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하시며 꼭 챙겨주셨을 텐데...


다 불어버린 컵라면을 먹다 보니

문득 예전 일이 떠올랐다.




어릴 적, 아빠에게 거짓말을 했다가

크게 혼난 적이 있었다.


아침 일찍 밥을 먹고

그 뒤로 아무것도 먹지 못해

배가 고팠지만,

혼난 직후라 먹을 분위기가 아니어서

그냥 방에 들어가 있었는데,

아빠가 문을 열고 말씀하셨다.


"배고플 텐데 와서 컵라면 먹어"


화가 나 계셨을 텐데도,

딸이 배고플까 봐 걱정되셨는지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컵라면을 먹으라고 하셨던 아빠.


괜히 더 죄송해서

쭈뼛쭈뼛 방에서 나가

컵라면을 꺼내 오려는데,


아빠가 이미 다 차려 놓으셨다.


아빠는 내가 눈치 보면서 먹을까 봐

방으로 들어가셨다.


그날,

내가 잘못해서 혼이 났지만,


'아빠는 나를 정말 끔찍이 생각하시는구나.'


라는 걸 깊이 느꼈다.


그리고 지금 텅 빈 아빠자리를 보며


'그렇게 끔찍하게 여기던 딸을 두고,

어떻게 그렇게 빨리 가실 수 있었을까...'


하며,

또다시 아빠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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