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1월 04일
연말에 먹다 남은 마지막 치즈 케이크를 오늘 드디어 다 먹었다.
사실 나는 느끼한 걸 잘 먹지 못해서, 진한 농도의 치즈보다는
적당히 달고 적당히 치즈 맛이 나는 치즈케이크를 좋아한다.
엄마는 나와 다르게 치즈를 좋아하셔서,
꾸덕한 치즈 맛이 느껴지는 치즈케이크를 선호하신다.
이번에 샀던 치즈케이크는 내가 좋아하는 종류였기에,
엄마는 거의 입도 대지 않으셨다.
엄마는 항상 그랬다.
맛있는 음식이나 빵류를 드실 때는 정말 잘 드시는 편이라
나는 항상
"내 거 하나만 남겨줘."
라고 꼭 말을 해야 했거나,
남아있는 빵을 보고 엄마가 다 드실까 봐
내 몫 하나를 미리 봉지에 담아 숨겨두곤 했었다.
그렇지만 엄마 입맛에 그다지 맞지 않는 음식은
아예 찾지도 않으셔서, 내가 느끼기엔 안전했다.
'안전했다'라는 말이 조금 우스꽝스럽긴 하지만...
엄마는 한 번 드실 때 식사 대용으로 왕창 드시는 편이고,
나는 디저트용으로 여러 번 나눠서 아껴 먹는 편이라
좀 오래 두고 먹는 편이다.
그래서 엄마가 좋아하는 빵이 있을 땐,
내 거 하나만 남겨 달라고 꼭 말하게 되었다.
그 에피소드로,
예전에 엄마가 식탁과 의자 쪽을 정리하시다가
봉지 안에 있는 빵을 보시고는 이게 뭐냐고 물으셨던 적이 있다.
그래서 나는,
"엄마가 다 먹을 것 같아서, 나 먹을 거 하나만 챙겨둔 거야"
라고 말했더니,
"야, 내가 네 거 하나는 남기지. 설마 치사하게 혼자 다 먹겠냐?"
라고 말씀하시며 걱정 말라고 하셨다.
나는 억울한 목소리로,
"아니, 맨날 다음 날 아침에 보면 엄마가 남은 빵 다 먹어버려서
나는 한 입도 못 먹어봐. 그러니까 내가 저렇게 따로 챙겨두지."
라고 말했다.
또 한 번은,
엄마가 이마트에서 사 오시는 모둠 빵 세트에는
각각의 빵 종류가 두 개씩 들어 있어서,
이번에는 괜찮겠지 싶어 빵을 따로 챙겨두지 않은 적이 있었다.
아빠는 단팥빵을 좋아하시는 편이라 단팥빵을,
나는 완두가 들어간 팥빵을 좋아해서
완두팥빵을 아침으로 먹으려고 했는데...
빵이 담긴 플라스틱 용기를 보니
내가 좋아하는 빵은 온데간데없고,
크림빵만 덩그러니 남아 있던 것이다.
알고 보니, 사 온 당일에 부모님이 이미
빵 종류별로 하나씩 다 드신 상태였고,
각 종류별로 하나씩만 남아 있었다.
다음 날엔 엄마가 단팥빵을,
아빠가 완두팥빵을 드셔서,
결국 엄마와 아빠가 별로 선호하지 않는
크림빵 하나만 남아있었고,
나는 그 남은 크림빵을 먹으며 중얼댔다.
'미리 챙겨둘걸... 내가 남은 거 먹어야지, 뭐...'
그렇게 나는,
항상 남은 빵만 주로 먹는 편이었다.
지금은 아빠가 안 계시니,
엄마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을 먹을 사람은 나 혼자뿐이라
오래 먹을 수 있어서 좋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아빠가 생각났다.
'이건 그래도 아빠가 좋아하실 케이크라
아빠랑 사이좋게 나눠 먹었을 텐데...'
다 먹은 케이크 상자를 정리하며,
아빠에 대한 생각도
조용히 접어 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