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시계

2024년 01월 02일

by 로벨리아

오늘은 재활용하는 날.


예전 내 방에 있던 상자들과 안 쓰는 물건들을 하나씩 정리해 나갔다.

버릴 게 얼마나 많던지...

언젠가는 정리해야지, 해야지 하면서도 계속 미뤄왔는데

마음을 굳게 먹고 드디어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정리를 하던 도중, 오래된 모래시계 하나를 발견했다.

이 모래시계는 어렸을 적, 엄마 아빠와 함께 정동진에 갔을 때

그곳에서 산 것이었다.


우리 가족은 사진 찍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함께 찍은 사진도 거의 없고,

셋이 함께한 추억이 담긴 물건이라고는

이 모래시계 하나뿐인 것 같다.


그래서 더 애틋한 마음으로

내 책상 위에 보이게 두었던 것 같다.

엄마, 아빠의 사랑과 애정이 담긴 유일한 물건이니까...


20250920_102522.jpg


모래시계의 모래가 아래로 또르르 떨어지는 걸 보고 있으면,

아빠와의 추억이

마치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행성들처럼

천천히, 그리고 깊게 되살아난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려오던 모래가 뚝 끊긴다.


어떻게든 다시 흐르길 바라며

모래시계를 툭툭 쳐보지만,

가느다랗게 흘러내리다 다시 멈춰버린다.


마치 '현재'라는 시간 속의 아빠가

그 지점에서 멈춰버린 것처럼.


모래시계에 새겨진 작은 각인을 바라보며,

나는 생각한다.

23년 뒤, 아빠가 내 곁에 없을 거라고는

그땐 정말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아빠라는 존재는

영원히 내 삶에 함께할 줄 알았던

그 어린 시절의 나는,


지금,

모래시계를 뒤집어

엄마, 아빠와 함께였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20250920_102602.jpg 모래시계에 새겨진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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