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셋

2024년 01월 01일

by 로벨리아

"아빠는 돌아가셨지만, 우리는 그래도 셋인겨. 울 빵이 있잖어."


빵이.

우리 집에 얹혀사는 고양이다.


2018년, 비가 퍼붓던 어느 여름날.

엄마가 지하주차장 근처에서 처음 발견한 고양이.


발견할 당시에는 생후 6개월도 안된 아기 고양이였고

차 밑에 쪼그리고 앉아, 지하 주차장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것처럼 보였다.

보름 넘게 그렇게, 주인을 기다리며 지하주차장을 떠나지 못했던 아이.

버려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아주 작은 존재였다.


1533817911838.jpg 처음 발견했을 당시 엄마가 찍어서 보내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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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아기 고양이가 있다고, 내려와 보라고 했다.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라 한걸음에 달려 나갔고, 정말로 조그마한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다.


고양이는 나를 보더니 갑자기 내 앞까지 다가와, 내 얼굴을 빤히 살폈다.

그러다 자기 주인이 아니라는 걸 확인했는지, 이내 차 밑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렇게 우리 셋의 첫 만남이었다.



"이사 가면서 아기 고양이를 버리고 가면 어떡해."


"그니까. 불쌍한데 우리가 거둬서 키우지 뭐."


그렇게 시작된 지하 탈출 작전.


고양이를 지하주차장에서 계속 살게 둘 수는 없어서, 위로 데리고 나오기로 했다.


처음엔 주차장에서 데리고 오기 힘들었지만,

매일 위에서 밥을 주다 보니 결국 지상으로 데려오는 데에 성공했다.


그 후, 점점 친밀도를 쌓으며 우리에 대한 경계도 풀기 시작했고,

마침내 집에 들이게 되었다.


처음 집에 들어왔을 때, 그렇게 골골대던 소리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집안의 아늑함을 오랜만에 느껴서였을까.

자는 내내 그르렁거리며 잠든 모습은 안쓰러우면서도 참 귀여웠다.




고양이는 다른 집냥이들과는 달랐다.

이미 바깥맛을 알아버려서 그런지, 다른 집냥이들처럼 하루 종일 집 안에만 있지 못하고

꼭 나가서 바깥바람을 쐬야 하는 특수한 성질을 가진 고양이였다.


나가서 무얼 하는지는 모르지만,

신기한 건 자는 시간에는 꼬박꼬박 창문 위로 올라와


"야옹 웨에옹"


하고 마치 자러 왔으니 문을 열어 달라는 듯이 말하는 것이었다.




아빠가 돌아가신 후, 엄마가 출근하고 난 뒤

썰렁했던 집 안에 혼자 있기 힘들었던 나.


그래도 빵이가 있어줘서

어두컴컴했던 겨울을 잘 견딜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같이 지낸 지 어언 7년.


지금도 바깥과 안을 자유롭게 오가며 우리 집을 호텔처럼 생각하는 고양이.


가끔 바깥에서 들어올 때 모래알갱이를 끌고 들어오거나,

수염에 거미줄을 달고 올 때면 정말 한숨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래도 건강하게 잘 자라줘서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그리고 그 당시에 힘들었던 내 곁에

묵묵히 앉아 식빵을 굽고

내 주위에 항상 있어준 빵이가

참 고맙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셋이 되었고,

앞으로도 이 셋과 함께할 이야기는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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