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1월 09일
하루 종일 눈이 왔다.
지난번 부엌 정리 이후 재활용할 것이 너무 많아 걱정했었는데,
엄마가 반차를 내셔서 덕분에 같이 재활용을 할 수 있었다.
혼자 했더라면 6-7번은 내려갔어야 했을 텐데.
함께한 재활용은 혼자 했을 때보다 훨씬 수월했고,
엄마가 더 많이 고생하신 것 같아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키는 작지만 기운이 좋은 나와
키는 크지만 힘이 약한 엄마.
거의 내 키의 3분의 2만 한 자루를 들고 내려가는 나를 보며
엄마가 달라고 하시길래
"내가 더 기운이 좋잖아. 괜찮아." 하고 웃으며 말했다.
"길 미끄러우니까 조심히내려가자."
경비실 아저씨는 뭐 이렇게 매주 버리는 게 많냐며, 이사 가시냐고 물으셨다.
"그동안 정리를 안하고 살아서요. "
버리던 물건 중에, 예전에 엄마가 제빵하려고 사셨던 틀과 도구도 보였다.
엄마, 빵 만드는거 참 좋아하셨었는데.
문화센터에서 제과제빵 수업이 끝나는 날이면,
그날 만든 맛있는 빵을 들고 오셔서
정말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제빵 수업 위주일 땐,
매번 종류가 다른 식빵만 들고 오셔서
"왜 맨날 식빵이야" 하고 투정했던 기억도 난다.
아빠가 쓰시던 수저와 젓가락,
아빠와 함께 사용했던 국그릇,
그리고 엄마와 내가 쓰던 수저와 젓가락까지.
모든 걸 재활용함에 넣는 순간,
'이젠 정말 마지막이구나' 싶어
마음속으로 조용히 보내주었다.
마치, 아빠를 보내드리는 것처럼.
'아빠 우리 것까지 다 같이 버렸으니까
속상해하지 말고, 가서는 아빠 하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