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찌개

2024년 01월 11일

by 로벨리아

정말 오랜만에 부대찌개를 먹었다.

이번엔 엄마표 부대찌개.

역시 엄마가 해주는 건 다르다.

햄이 두툼하고 푸짐해서 시중에서 업그레이드한 반조리 부대찌개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였다.


부대찌개를 앞에 두고 엄마와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레 아빠 얘기가 나왔다.


"네가 아빠 부대찌개 사줬다고 나한테 자랑하셨었는데."


"맞어. 아빠 그때 디게 좋아하셨지."



기억난다.

비 오던 어느 날, 집엔 마땅히 먹을 게 없었고

아빠가 "뭐 먹을까" 하시길래 내가 말했다.


"이런 날씨엔 부대찌개지. 내가 살게 아빠.

아빠는 테이크아웃만 해줘유"


그 한마디에 아빠는 기분이 좋아지셨는지,

빗길을 신나는 발걸음으로 차를 몰고 나가셨다.


그리고는 항상 엄마에게 자랑하셨다.


"딸이 나 부대찌개 사줬다!"


늘 무거워 보이던 아빠 얼굴에

유난히 밝은 미소가 번졌다.

작은 부대찌개 한 그릇에 그렇게 기뻐하시는 걸 보며,

마음 한편이 따뜻해지면서도 먹먹했다.


아빠가 나에게 해준 건 그에 비해 훨씬 더 많았는데...

그저 3만 원도 안 되는 부대찌개 하나에 그렇게 기뻐하시다니...


'돈, 엄한 데 쓰지 말고 아빠 엄마 맛있는 거나 사드릴걸...'





부대찌개를 먹고 난 후,

문득 아빠의 그 밝은 얼굴이 떠올랐다.


지난주 내내 울었으니

이번 주에는 울지 말자고

허벅지를 꼬집어가며 울음을 꾹 참았다.


그런데도,

그 웃음이 생각나서 또 마음이 먹먹해졌다.


매일 보고 싶다고 말하는 아빠인데도,

부대찌개 한 그릇에

오늘은 또, 유난히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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