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이라는 특별함
평균은 흔히 '보통' 혹은 '중간'을 의미한다.
수학에서는 단순히 숫자들의 합을 개수로 나눈 값이지만,
우리 삶에서 평균은 조금 더 복잡하고 다층적인 의미를 가진다.
우리는 자라면서 수많은 잣대와 기준을 마주한다.
학교에서, 사회에서, 가정에서.
그 기준들은 종종 '평균'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난다.
키, 몸무게, 성적, 수입, 심지어 행복의 척도까지
평균은 사람들이 서로를 비교하고, 평가하고, 또 조율하는 데 필요한 공통분모가 되어준다.
특히 요즘 사회는
"특별해야 한다, 돋보여야 한다"는 압박이 심해서 평범하거나 평균적인 사람은 오히려 소외되거나
자신을 과소평가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나에게 '평균, 평범함'은 오히려 동경의 단어였다.
나는 중학교 때부터 대학생 때까지
악기 성적이 늘 1,2등이었다.
그 성과는 자연스레 또래 친구들의 질투와 시기를 불러일으켰다.
그 시절 나는 아직 단단한 내면을 갖추지 못한 나이였기에,
그 시기와 질투는 큰 상처와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예술고등학교를 다니다 보니 경쟁도 치열하고,
질투가 심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전공 수업 시간 시작 전,
대놓고 내 실력을 시기하는 친구들의 말에 나는 주눅이 들곤 했다.
"쟤는 오늘도 선생님한테 칭찬받겠지. 잘하잖아."
"쟤는 지적 하나도 안 받겠다."
"좋겠다. 누구는 한 번에 통과해서."
나는 그저 연습한 대로 했을 뿐이었는데...
그 말들이 내 마음속에 스며들어
내 노력과 성취가 죄책감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런 말들에 휘둘렸던 나 자신이 바보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아직 어렸고,
누군가의 시선과 평가에 흔들릴 수밖에 없는 나이였다.
대학생 때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악기 전공 친구들이 내가 없는 자리에서 나를 욕했다는 이야기를
다른 친구를 통해 듣기도 했다.
'대학생이 돼서도 이러는구나. 성인이 돼도 달라지는 건 없구나.'
10년 가까이 이어진 질투와 시기 속에서,
내 노력과 재능은 축복이 아니라
남들과 나를 갈라놓는 벽처럼 느껴졌다.
대놓고 나를 불러 세워 칭찬하시고 예뻐하시는 교수님,
내 공연 감상 후기 리포트를 모범 예시로 동급생 앞에서 읽어주신 교수님...
그 모든 순간들이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점점 더 숨고 싶어졌다.
나는 그저,
다른 아이들처럼 평범하게 지내고 싶었다.
조금 부족해도, 눈에 띄지 않아도 괜찮으니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평범한 하루를 살아가는 게 내겐 더 큰 소망이었다.
나에겐 '평균'이라는 단어가 참 어려웠다.
남들보다 잘한다는 이유만으로 오해받고,
시기받고, 거리를 두는 일들이 반복되다 보니
평균이라는 위치가 오히려 이상적인 목표처럼 느껴졌다.
평균은 누구에게도 부담을 주지 않는 자리,
적당히 잘하고, 적당히 조용하며,
사람들 속에 자연스럽게 섞일 수 있는 '중간'의 지점이었다.
나는 그 중간이 부러웠다.
너무 튀지도 않고, 모나지도 않고.
둥글둥글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그 평범함이 내겐 때론 가장 먼 이상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특별함'이 가치가 되고, '차별화'가 경쟁력인 시대.
누구나 독특해야 하고, 두드러져야 하며, 눈에 띄어야 하는 시대.
'평균'은 무난하고, 개성 없고, 존재감 없는 것처럼 여겨진다.
그래서일까,
평범하다는 건 노력하지 않았다는 증거처럼 보이고,
중간에 머무르는 것은 애써 피해야 할 좌표처럼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나는 말하고 싶다.
평균에 속하는 것,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평균은 가장 아래도, 가장 위도 아닌
그 중간의 자리에서 나를 지켜내는 일이다.
평균을 지킨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건 삶을 견디는 힘이 있다는 뜻이다.
특별하지 않아도 좋고, 눈에 띄지 않아도 괜찮다.
평범하다고, 평균에 머물러 있다고 해서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평균은 결국 나와 타인의 경계이자 연결점이며,
내 삶을 안정적으로 꾸려가게 하는 기준이다.
그 기준 안에 나를 놓고,
그 속에서 조금씩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
그것이야말로 진짜 '나다운 삶'의 시작 아닐까.
어쩌면 그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자 가장 위대한 일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