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이 한라봉

2024년 02월 28일

by 로벨리아

오늘은 남은 밥과 간장 안심 닭을 전자레인지에 데우고, 계란 프라이를 올려 먹었다.

평소 같았으면 귀찮아서 계란 프라이는 생략했을 텐데,

이제는 귀찮음을 이겨내고 뭐든 하나씩 해 먹어 보기로 다짐했다.


막상 귀찮게 느껴졌던 프라이도 직접 해서 밥 위에 올려 먹으니 엄청 맛있었고,

그 따뜻한 온기 덕분에 오전 내내 마음까지 포근하게 보낼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 계란 프라이는 작고 하찮은 것에 불과하겠지만, 나에게는 일상의 작은 성공이자 스스로에게 주는 따뜻한 위로였다.


저녁이 되어 택배가 올 시간이 되자, 오늘은 한라봉이 오는 날이라 잔뜩 신나 있었다.

택배가 도착하자마자 박스를 열었는데, 내용물은 작고 못생겨서 내 표정은 점점 굳어져만 갔다.

과연 맛이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그때 엄마가 껍질을 까주시며 말씀하셨다.


"못난 게 더 맛있어. '못난이' 시킨 거니까 못난 거지. 맛은 괜찮을 거야. 자, 먹어봐."


엄마가 건네주신 한라봉 반 조각을 받아 한 조각을 떼어 입에 넣었다.

그 순간 달콤한 향과 함께 한라봉의 육즙이 입안에서 팡팡 터졌다.

예상 밖의 맛에 나는 눈이 커졌다.


"진짜 맛있네? 와, 정말 맛있다!"


나의 감탄을 들은 엄마도 맛을 보시더니 흡족해하며 말씀하셨다.


"정말 맛있네. 이거 다 먹으면 다음에 또 시키자. 껍질이 두꺼워서 썩는 것도 느릴 거야. 잘 시켰네."


나는 사실 과일을 별로 즐겨 먹지 않는데, 한라봉은 엄마가 좋아하셔서 시켜 드린 것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엄마가 정말 마음에 들어 하시는 모습을 보니 더 기뻤다.

이번에는 혹시 몰라 작은 사이즈로 주문했지만, 다음번에는 9kg짜리로 주문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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