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만43세 아내가 임신을 했습니다
만 43세 아내가 임신을 했었습니다
23.8.3.
by
신백
Aug 3. 2023
애초에 기획한 건 아니었습니다.
아내의 임신을 알게 된 날
계획하지 않은 소식에
저희 부부도 깜짝 놀랐으니까요.
아내는 임산부로 치면 나이가 있어
여러 가지 문제를 염두에 두었을 겁니다.
(가임기 여성은 보통 만 15~49세 전후로 보고,
의학적으로는 만 35세 이상일 경우 고위험 임신, 고령 산모라 하더군요.)
저만 늦둥이 아빠가 된다는 기쁨이 커서
동네방네 떠들고 축하받고 싶었습니다.
브런치 작가로 합격한 지는 조금 되었습니다.
어떤 글을 써야 할지 고민하면서
다른 연재 글을 구상 중이었는데,
아내로부터 임테기 확인 후
산부인과에서 초음파를 보고 왔다는 말을 듣는 순간
너무 기쁜 나머지 브런치에 글을 올렸습니다.
아내는 아직 조심스러워
주윗분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당부를 했지만, 제 입이 너무 가볍거든요.
대나무숲에서 '임금님 귀는
~
당나귀 귀
~~
'라고 외친 이발사
선생님
처럼 어디라도 떠들고 싶었습니다.
늦둥이 아빠의 시선에서 바라본 저희 가족의 기록을
둘째를 낳고 키우면서 여행기처럼 써 내려가자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서 브런치스토리 주소를 @Familyjourney로 했습니다)
같이 가자고 말을 안 꺼냈으면
아내 성격에 제겐 말하지도 않고 산부인과를 다녀왔을 거예요.
첫째 때도 혼자 다녔거든요.
보통의 임산부들이 다 그런 줄 알았습니다.
입덧이 심하지도 않았는데
남들 다하는 임신 뭐 그리 유난이냐며 핀잔주기 일쑤였으니까요.
제 자신만 알고, 기분 좋을 때만 다른 사람을 위하는 척하는 개인주의의 극치여서 후회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좀 달랐습니다.
만 46세가 되어 감정호르몬이 풍부해지다 보니
첫째 임신했을 때 홀로 산부인과에서 얼마나 외로웠을지 가슴속부터 짠해지더군요.
이번에는 남편 노릇, 아빠 노릇 제대로 해보자.
내 몸이 힘들어도 아내 마음은 힘들게 하지 말자.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졸라서 따라간 산부인과 진료 후
여전히 심장이 안 뛴다는 얘기를 듣고
그럴 수도 있나?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일주일 후에 보자는 말씀을 긍정적으로 해석했습니다.
아내는 그때부터 반반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후 마지막으로 산부인과를 간 날,
사이즈도 늘지 않고
여전히 심장이 뛰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저는 끝내 아내에게 눈물을 보였습니다.
아내는
몸의 변화를 알고 있었는지
아니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
이제 다시 운동 다녀도 되겠다. 며
억지웃음으로 저를 달래주었습니다.
그리고... 2주일 후
평소보다 많은 하혈을 하고 배가 많이 당긴다고 하더군요.
조금 괜찮아져서 산부인과 가기 싫다고 하는 걸
진찰받고 링거라도 맞으라고 제가 억지로 우겨
등 떠밀어 보냈습니다.
원장님께서는 진작에 처치를 받았어야 했는데
출혈하고 와서 놀라셨답니다.
이미 일어난 일이니 항생제와 자궁수축제 처방을 해주셨다고.
아내 말로는 어제
물컹거리는
덩어리가
쑤욱 나왔다고.
다신 경험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라고 인상을 찌푸렸습니다.
그런 아내를 보니 제 눈가에도 촉촉한 게 고였습니다.
아내는 여전히
10년 전 희를 낳았을 때처럼
자기 몸 하나 보살피지 못하는
인생 1회 차 철부지
어린이로 보입니다.
부족한 저에게
조심하지 그랬냐?
글로 쓰면 어떡하냐?
자기만 생각하는 나쁜 넘이구나!
이렇게 비난하셔도 달게 받겠습니다.
악플도 관심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이 공간이 익숙하진 않습니다.
혹 글을 읽고 댓글을 남겨주신 분들이 계시다면
소통을 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글에 아내와 딸이 노출되어
훗날 댓글창을 읽게 될까 두려웠습니다.
처음부터 댓글창도 닫았습니다만
많은 분들께서 부족한 제 기록을 읽어주시고
마음속으로 응원해 주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보통의 한국 사람처럼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저에게 글쓰기란 말대신 글로 세상과 이야기하는 겁니다.
글쓰기를 좋아하지만
첫 브런치 글이 많은 관심을 받아
문득 글을 쓰는 것에 부담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부족한 제 글에 대한 끌림보다
고령임신과
고위험 임산부를 바라보는 남편의 시선에 대한
여러분들의 마음 쓰임이라 생각합니다.
브런치에서는 자주 찾아뵙지 못해도
어디에서든 말도 하고, 글도 쓰고 있을 겁니다.
의도치 않게
만43세 아내가 임신을 했습니다.
연재글은 여기서 마칩니다.
그동안
저의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keyword
아내
임신
산부인과
50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새 댓글을 쓸 수 없는 글입니다.
신백
건강 분야 크리에이터
안녕하세요? '신백'의 가족여행입니다. 평범하지만 이유없이 바쁜 하루 일상을 관찰하고 탐험하기를 즐깁니다. 매일의 소중함을 훗날 딸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구독자
405
제안하기
구독
매거진의 이전글
만43세 아내가 임신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