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핀 남편이 위자료만 지급하겠다고 하네요.

[가화만사성] 이혼·상속 전문 변호사 친족법 상담일지 #9

[가화만사성] 이혼·상속 전문 변호사 친족법 상담일지 #9


최가경 변호사

법무법인(유) 로고스 가사/상속팀


남편이 바람을 피운 건 분명한데, 이혼은 하자면서 위자료만 주겠다고 해요. 재산분할은 귀책사유와 무관하다며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합니다.


어느 평범했던 저녁, A씨는 남편이 평소보다 늦은 귀가를 시작하며, 직장에서의 승진을 위해 야근을 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남편의 행동에 서서히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A씨는 남편에 대해 의구심을 품기 시작하며 자신의 불안을 진정시키려 노력했습니다. “여보, 오늘도 늦을 거야?” A씨가 조심스레 물었습니다. “응, 미안. 프로젝트가 좀 복잡해서…” 남편의 목소리는 무거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예고 없이 남편은 집에 들어오지도 않았습니다.

다음 날, 남편이 집으로 돌아와 무거운 발걸음으로 소파에 앉아 잠이 들었습니다. 불안한 마음을 참지 못한 A씨는 남편의 잠든 틈을 타 휴대폰을 조용히 살펴보았고, 그곳에서 자신의 가장 큰 두려움이 현실이 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회사 동료와 주고받은 정열적인 메시지들. 호텔 예약 내역. 그리고 함께 찍힌 셀카들.

그 순간 A씨의 심장은 철렁 내려앉았고, 고요한 거실에 남편의 코고는 소리만 메아리처럼 울렸습니다.

다음 날, A씨는 눈물을 삼키며 변호사 사무실을 찾았습니다. 이혼을 결심했고, 위자료와 재산분할을 모두 청구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하지만 소송 과정에서 남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불륜은 내가 했지만, 재산은 전부 내가 번 거야. 위자료 3천만 원은 줄 테니까, 나머진 깨끗하게 정리하자."

A씨는 억울했습니다. 10년 넘게 집안일과 육아를 전담해 온 자신을 '경제적 기여가 전혀 없는 사람'으로 치부하는 남편의 태도는 상처 그 자체였습니다.


[의뢰인의 문의 사항]

귀책사유가 있어도 재산분할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남편의 주장이 사실인가요?


[최가경 변호사의 솔루션]

Q) 귀책사유가 있어도 재산분할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남편의 주장이 사실인가요?


A) “”원칙적으로 혼인의 귀책사유는 재산분할 비율 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즉, 재산분할은 그 형성과 유지에 대한 기여도를 중심으로 판단되며, 불륜 여부는 위자료 판단의 영역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재판은 사람이 판단하는 일입니다. 사실관계가 얽히고 감정이 개입된 사건에서, 재판부는 ‘재량’에 따라 귀책사유를 ‘암묵적으로’ 반영하기도 합니다. 이 말은 곧, 판결문에는 직접적으로 ‘불륜 때문에 기여도를 높여준다’는 표현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결과적으로는 재산분할 비율에서 귀책사유를 간접적으로 고려한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의미입니다.


A씨는 혼인 파탄의 책임이 불륜을 저지른 남편에게 있으며, 남편은 가사에 기여가 전혀 없었고, 자신이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는 주장을 구체적인 증거와 함께 재판부에 전달했습니다. 남편의 불륜이 A씨의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일으켰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A씨의 남편이 불륜 사실을 순순히 인정하고 있어 법리상은 더 이상 혼인의 귀책사유를 주장할 필요성이 없다고도 볼 수 있지만, A씨는 남편에게 전적으로 혼인의 귀책사유가 있으며 그로 인해 A씨의 정신적 충격이 너무도 크고 인생을 살아 나가는 데 너무도 큰 트라우마로 남을 것이라는 점을 소송 끝날 때까지 재판부에 호소한 것입니다.

법원은 남편이 A씨에게 3천만 원 상당의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인정해주었음은 물론이고, 그와 별도로 재산분할 비율에 있어서, 내부적으로 예상한 최대치의 기여도였던 20%보다 5%의 기여도를 A씨에게 더 인정해주었습니다.

법원이 남편에게 혼인파탄의 귀책사유를 엄하게 묻는 취지에서 A씨의 재산분할 비율을 재량의 범위 안에서 '암묵적'으로 5% 정도 높여준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는 것입니다. 물론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판결문에는 혼인파탄의 귀책을 묻는 취지로 재산분할 비율을 높였다는 '명시적'인 문구는 기재되지 않았습니다. 이 기여도 상승은 불륜에 대한 법원의 ‘간접적’ 판단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물론 예상 기여도보다 훨씬 많은 기여도(예컨대 50%)를 인정할 경우 그 재량을 현저히 넘어선 판결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법원의 판단은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A씨의 기여도가 단 5% 정도 올라갔을 뿐이지만, A씨의 사건에서 5%는 1억 원이 넘는 금원이었습니다. A씨는 위자료 3천만 원에 더하여 5%의 기여도가 올라간 금원을 통해, 적은 위자료 액수의 아쉬움을 뒤로할 수 있었고, 판사로부터 위로받은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마무리하며]

귀책사유는 재산분할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전혀 없는 것도 아닙니다.’

A씨처럼 배우자의 불륜으로 이혼을 결심한 경우, 그 상처는 단순히 돈으로 보상받을 수 없는 고통입니다. 하지만 재판이라는 시스템 안에서, 그 고통을 어떻게 입증하고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혼인 파탄의 원인이 명확한 경우, 재산분할 비율에 반영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하면 안됩니다. 진심과 정당한 주장, 그리고 충분한 증거가 있다면 재판부는 응답합니다.


[실무 Tip. 선고 직전에 제출하는 서면의 판결 반영 여부]

재판부마다 성향이 달라 일률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으나, 재판부는 일반적으로 선고기일 1주일 전에는 판결문을 작성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재판부가 서면을 판결문에 반영할 시간적 여유를 가져야 하므로, 실무적으로 변호사들은 판결 선고 1주일 전에 제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변호사들은 실무에서 늦어도 선고기일 1주일 전까지 마지막 서면을 제출합니다.


A씨는 판결 선고기일을 10일 남겨두고 서면을 제출했습니다. A씨는 하고 싶은 말을 재판부에 모두 전달했다고 여겨져 마음이 한결 편했지요. 그런데 상대방은 선고기일 5일 전에 마지막 서면을 제출했습니다. 아마도 상대방은 재판부가 자신들의 서면을 읽어보지 않거나 읽어보더라도 판결문에 반영하지 않을 수도 있는 리스크를 지고서라도, A씨에게 반박할 시간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로 뒤늦게 제출하였던 것으로 보였습니다.


A씨의 변호사는 상대방의 서면을 받자마자 A씨와 함께 주말을 포함한 3박 4일 동안 밤을 새워가며 재반박 서면을 준비했습니다. 재판부가 선고기일 5일전 제출한 상대방의 서면을 읽어본다면, 하루 전 제출한 A씨 서면도 읽어보아 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반대로 재판부가 상대방 서면을 읽어보지 않는다면, 우리 서면도 읽어보지 않겠지만, 그렇다면 뒤늦게 제출하는 것 자체가 소송에 해가 되는 행동은 아니니 열심히 작성해서 제출했습니다. 기어코 A씨는 선고기일 하루 전에 상대방의 마지막 주장에 대해 하나하나 재반박한 서면을 법원에 제출하였습니다.


결국 하루 전 제출한 A씨의 재반박 서면 내용이 판결문에 그대로 기재되기도 하였을 만큼 A씨의 노력은 성공적인 결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소송은 판결이 나올 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