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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방계 소녀 Oct 14. 2024

물론 이건 비밀이지만

다듬이 소리가 깊어지는 밤


쓰기가 어려워졌다. 내가 다듬으려던 건 분명 글이었는데, 자꾸만 짓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영감의 창구는 오늘도 길게 줄을 잇지만 나라는 필터의 성능은 그만큼 따라주질 못하고, 오늘도 쓸 수 있음에 감사하면서도 밥을 먹기 위해 짓는 것은 아님에 감사할 줄도 알아야 한다. 연재가 아니었더라면… 연재가 아닐 때 배워볼 수 있었더라면… 보려고만 하면 충분히 보이는 나를 표독스레 외면하지는 말아야 한다. 아니었더라면 지금처럼 성실히 쓸 수 있었을까? 아닐 때 배워볼 수 있었더라면 네가 과연 지금만큼 고민하며 쓸 수 있었을까? 하는 것들을 말이다.


무거운 듯 가볍고, 가벼운 듯 무거운 사람이 되고 싶었으나, 가벼운 듯 무겁기만 하고, 무거운 듯 가볍기만 한 글이 되어가는 것만 같다. 일필휘지로 생각을 모아보려 했으나, 달지 않은 약을 한꺼번에 집어삼키듯 애꿎은 문장만 한데 수집하게 되는 건 아닌지. 가볍기를 바라나 늘 필요 이상으로 무거워지고, 적당히 무겁기를 바라나 가벼움은 가려지지 않는 삶이 되어가는 것만 같다. 올바른 자기검열이 되기를 바랐으나 깜지처럼 마냥 채우려 드는 건 아닌지, 늘 그래왔듯 당장은 알 길이 없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쓰기가 어려워졌다. 실은 짓고 있는 거라고, 단박에 쓸 수 있어야 하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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