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과 마주치고 이야기하고 누군과와는 어떤 관계를 맺고 또 누군가는 스쳐 지나가고. 사실 나는 모든 사람들을 동정하고 연민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냥 사람으로 태어났을 순간부터 부딪쳐야 할 많은 것들의 상처와 사람으로 살기 위해 그저 버티며 받았을 상처. 인간은 이기적일 수밖에 없고 완벽히 이해받을 수 없어서 서로 주고받을 수많은 아픔. 그저 존재함으로 얻는 슬픔과 이야기들. 그래서 그냥 동정과 연민이 있었나 보다. 좀 더 사랑하면 좀 더 연민했을지도 모를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누군가 내게 그건 별로 좋은 태도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누군가 너에게 연민의 눈으로 본다면 그것에 긍정적일 수 있겠냐고. 자신은 기분이 나쁠 것 같다고.
아아 나는 언제부터 타인을 동정하고 연민했을까? 나도 한때는 그런 생각을 했었다. 내가 누군가의 삶을 재단하고 평가할 수 있냐고. 그 삶의 고단함을 보았다고 해서 그 삶이 고단할 것이라고 멋데로 판단하고 연민할 수 있느냐고. 그래서 그날 나는 더 이상 누군가의 삶을 함부로 연민하지도 동정하지도 않겠다고 그렇게 다짐했었다.
그런데 또 나는 언제 다시 타인의 삶을 동정하기 시작했을까?
삶이 언제나 반짝반짝 빛날 것이다, 삶은 언제나 쿨하고 멋있을 것이다, 삶은 행복한 것이다, 내 삶은 그럴 것이다. 그 믿음이 조금씩 균열이 생기다 와장창 깨져버린 그 날, 그래서 '아! 삶은 결국 깨진 파편 속을 주먹 꽉 지고 걸어가는 거구나.' 하고 깨달은 그 어느 순간부터일까.
여전히 모르겠다. 타인을 연민하고 동정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이 잘못된 것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마음이든 결국 하나의 결과를 얻어낼 것이다. 수많은 버티고 버텨온 삶들을 사랑한다고, 그 상처들에 언젠가 딱지가 앉고 새 살이 나서 후에는 그다지 밉지 않은 흉터로 남길 바란다고. 그래서 그대가 그 마음에 연민과 동정이든 동지애와 존경이든 그 앞에 당당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것 말이다.
그래서 나의 태도에 자기변명을 하자면, 그러니 나의 눈빛을 너무 기분 나쁘게만 받지 말았으면 한다고. 나도 나의 삶을 동정하고 연민하고 있다고. 그러니 우리 어쩌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티끌만 한 우연으로 그렇게 우리들의 시련 속에 어떠한 마음을 담은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