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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안후라이안 May 02. 2020

책에 취해 술 읽기 1

혼술 하며 책 읽는 분 있으신가요

술 좋아하시나요?

그럼 책은 어떠세요?

술도, 책도 좋아한다면 아마 당신은 작가를 꿈꾼 적이 있는 사람일 거라고 과감하게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네, 맞아요! 제가 그렇거든요. 책 보며 배운 술 얘기를 몇 개 끄집어내 볼까 합니다.



럼은 모히토에서 마시는 몰디브 칵테일 베이스로도 쓰입니다. 사진은 바카디 공식 인스타그램.



한때는 해적이 되길 꿈꾼 적이 있었습니다(약탈을 일삼는 무리라는 건 한참 뒤에 알았거든요). 아주 큰 배를 타고 돛을 펄럭이며 새파란 바닷물을 가르는 모험을 떠나는 사람들. 해골과 발자국이 표시된 두루마리 보물 지도를 옆에 끼고서요. 와, 바다와 모험이라니! 좋아하는 것이 곱절이니 어떻게 꿈꾸지 않을 수 있겠어요.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보물섬>의 첫 장은 럼으로 시작합니다. 값싸고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독한 럼은 해적의 술이니까요. 사탕수수로 만들었다니 분명 달콤할 거야. 어린 저는 럼에 대한 달콤한 환상을 잔뜩 부풀리곤 했습니다.


가장 유명한 럼 브랜드는 검정 박쥐가 그려진 바카디입니다. 목구멍을 타고 흐르는 바카디 럼 첫 한 모금. 달콤했을까요? 웬 걸요! 투명한 라이트 럼은 향도 희미하고 딱히 달지도 않았습니다. 설탕을 정제하고 남은 부산물로 만들었다니 별 수 없죠, 뭐. 아예 없지는 않지만 소주보다는 확실히 숙취가 덜합니다. 냉동실에 하룻저녁 꽁꽁 얼려도 워낙 도수가 높다 보니 얼지 않으니, 이렇게 차갑게 식혀서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편이 그나마 낫습니다.


럼에 라임이나 레몬으로 낸 즙과 콜라만 적절한 비율로 잘 섞는다면 근사한 칵테일 '쿠바 리브레'를 맛볼 수 있습니다. 라임을 사서 씻고 잘라 즙을 짜는 게 귀찮다면 마트에서 살 수 있는  '게으른' 시리즈(레이지 라임Lazy Lime 혹은 레이지 레몬Lazy Lemon)로 대체해도 좋고요. 레시피가 있긴 하지만, 그냥 원하는 맛이 날 때까지 적당히 섞어도 꽤 훌륭해지니, 감에 따라 섞으며 마셔보세요. 네, 압니다. 저는 짓궂죠. 맞춤형 칵테일을 만든답시고 자꾸 맛보다 취기가 훅 올라올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바카디 151은 높은 도수로 유명합니다. 75.5도거든요(도수를 기억하기 어렵다면 151을 반으로 나눠보세요). 20대 때 이 술로 허세를 부려본 기억, 아마 있으실 겁니다. 스트레이트로 샷을 넘기면 목구멍부터 배 속까지 뜨거워집니다. 갈색 헤비 럼은 향도 짙고 맛도 풍부하지만 여러 잔 마시기에는 부담스럽죠. 해적들이 마셨다는 술에 더 가까울 것 같긴 합니다.


혹시 '럼'이라 하니 캪틴 큐가 떠오르셨나요? 네, 그렇다면 당신은 아재겠군요.



요즘 마트에서 살 수 있는 가장 맛있는 맥주는 문베어 브루잉에서 만드는 백두산이 아닌가 싶어요.  사진은 문베어 브루잉 공식 홈페이지.



맥주

무라카미 하루키를 읽던 어린 날들에는 '미지근한 맥주'에 대한 환상이 있었습니다. 여러 단편집을 줄줄 연이어 읽었는데(아마 <TV피플> 같은 것으로 기억합니다), 무기력한 주인공들은 다들 집에서 미지근한 맥주를 끝도 없이 마셔댑니다. 하루키의 영향을 받았는지, 우리나라 작가들도 미지근한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에 대해 자주 쓰던 때입니다.


미지근한 맥주 맛이 궁금하다고 해도 웬만하면 시도하지 마시길 권합니다. 황순원의 단편소설 <소나기>의 주인공이 밭에서 갓 뽑은 무를 씹고는, 아, 맵고 지려, 하고 말하는데요, 요 '지린 맛'이 궁금하다면 말리지는 않겠지만요. 맞아요, 맥주를 비롯한 대부분의 술은 적당한 온도가 생명입니다(아주 차갑다고 더 맛있지도 않거든요).


<위대한 게츠비>를 쓴 스콧 피츠제럴드는 대단한 애주가였습니다. 아니, 주정뱅이였다고 하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네요. 알코올 중독으로 주변 사람들(술친구 헤밍웨이 포함)을 괴롭히는 일상이 반복되고, 건강이 급격히 나빠진 이 위대한 작가는 결국 술을 줄이기로 결심합니다. 하루에 맥주를 30캔만 마시기로요. 30캔이라니! 아마 밥은 못 먹었을 거예요, 배불러서.


책에서 잠깐 벗어나 영화 <쇼생크 탈출>도 언급하고 싶네요. 옥상 칠하기를 마친 죄수들이 앤디 덕분에 병맥주를 마시는 장면은 그야말로 압권입니다. 땀 흘리는 노동 후에 맞이하는 잠깐의 자유로운 휴식. 이런 청량감을 또 어디에서 얻을 수 있을까요. 맥주는 사랑입니다.



푸른 개(Blue Dog) 시리즈를 그리는 조지 로드리게의  <앱설루트 로드리게(Absolut Rodrigue)>. 'blue'와 'absolut'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쓰다 보니 길어진 술과 책 얘기는 2편으로 이어보겠습니다.


아차, 경고문구도 추가합니다.


경고: 알코올은 발암물질로 지나친 음주는 간암, 위암 등을 일으킵니다. 임신 중 음주는 기형아 출생 위험을 높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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