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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방장 Nov 10. 2023

힘 빼는 법

ep04. 추천 도서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에릭 와이너 

나의 사명감을 찾으려고 부단히 눈앞에 일에 집중하고 매일 독서했다. 사명감을 찾는 일은 지혜를 찾는 일과 같다는 생각에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를 펼쳤다. 인생에 가장 중요한 질문을 하고 답을 찾기 위해 평생을 바친 14명의 철학자에게 삶에 도움이 되는 조언을 받는 기분이 들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처럼 침대에서 나오는 법, 소크라테스처럼 궁금해하는 법, 루소처럼 걷는 법, 쇼펜하우어처럼 듣는 법, 에피쿠로스처럼 즐기는 법, 시몬 베유처럼 관심을 기울이는 법, 간디처럼 싸우는 법, 공자처럼 친절을 베푸는 법, 세이 쇼나곤처럼 작은 것에 감사하는 법, 니체처럼 후회하지 않는 법, 에픽테토스처럼 역경에 대처하는 법, 보부아르처럼 늙어가는 법, 몽테뉴처럼 죽는 법에 관해 쓴 책이다. 


철학에 관심 있는 분, 삶의 지혜에 관심 있는 분께 이 도서를 추천한다. 철학도 답을 내놓지는 못하지만 충분히 생각하고 진지한 고민을 할 수 있다. 




책을 덮고 고민했다. 나는 지금 무슨 법이 필요한가?
카페는 월요일 휴무다. 작년 12월 눈이 오는 날이면 하염없이 창가에 앉아서 창밖을 바라봤다. 차분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겨울이면 나는 곰이 되어버린다. 동면하듯이 리듬이 느려지고 내 안으로 파고들 게 된다. 유난히 추웠던 지난겨울 나는 감기에 걸리고 며칠째 앓았지만, 휴일 없이 카페로 출근했다. 그러다 몸이 너무 힘들어져서 월요일에 긴급휴무를 했다. 적어도 한 주에 하루는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올해 1월부터 월요일을 휴무일로 지정한 것이다. 그럼에도 아침 독서 모임은 쉬지 않았다. 매일 늦어도 7시 30분까지는 카페에 도착했다. 그러다 6월부터 화. 수. 목. 금. 토 주 5일만 아침독서 모임을 진행하기로 했다. 온전히 쉬는 월요일을 갖고 싶었다. 하루만큼은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이 되고 싶었다. 

나는 에너지 소모를 많이 느끼면서 힘 빼는 법이 필요했다. 

아침에 대한 집착이 있었다.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형성되면 뭔가 성공한 사람이 될 것 같아서. 그래서 운동도, 독서도 아침에 했다. 생산적인 일상을 보내는 것 같아서 뿌듯했지만, 나의 사명감을 조금씩 찾게 되면서(추후 글에서 소개) 아침 독서 모임도 10개월 만에 멈췄다. 
열정 하나만으로 모든 에너지를 소모하는 방법을 멈췄다. 오래오래 가려면 힘을 빼고 천천히 가야 한다는 것을, 지난겨울 동안 목과 허리를 순차적으로 다치면서 깨달았다. 힘을 빼고 나면 비로소 보이는 우선순위가 있다. 건강 일 순위, 그리고 일이다. 힘을 조금 더 빼보자. 

 



끝으로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속 감명 깊은 글을 공유한다. 


"우릴 침대 밖으로 끌어내는 건 활동이지, 알람시계가 아냐."

소냐의 말이 맞다. 내가 침대에서 나오지 못할 때 나의 숙적은 침대도, 심지어 바깥세상도 아닌 나의 예상이다. 나는 이불 아래 파묻힌 채 나를 때려눕히려고 마음먹은 적대적인 세상을 떠올린다. 꼭 마르쿠스처럼. 마르쿠스의 세상에는 실제로 공격적인 야만인과 역병과 반란이 있었다. 하지만 장애물은 상대적인 것이다. 어떤 사람에겐 지저분한 책상이 흉포한 침략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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