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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퐝메리 Jun 12. 2021

다음 중 누가 밥을 사야 하는지 고르시오



더치페이는 좀...


직장인이 되면서 더치페이는 졸업했다. 물론 3명 이상의 모임에는 회비를 명목 삼아 나누어 낼 때도 있다. 그렇지만 1:1로 누군가를 만날 때는 늘 나의 선택지는 사주거나, 얻어먹거나 이다. 상대가 백수, 학생, 전업주부인 경우 당연히 내가 모든 돈을 낸다. 문제는 서로가 돈을 버는 경우다. 이럴 땐 누가 계산해야 할까.  



첫째, 만나자고 한 사람이 돈을 낸다


나의 대원칙은 그렇다. 만나자고 한 사람이 밥을 산다. 그것은 일견 합당해 보인다. 최근에 지인이 내게 밥을 먹자고 연락을 해왔다. 우리는 두 달에 한번 정도 얼굴을 볼까 말까 한 사이이고, 친구사이는 아니라 내가 좀 어렵게 여기는 사람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당연히 그가 밥을 살 것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우리의 마지막 만남에서 내가 밥을 샀다) 그러나 변수가 등장했다. 그 사람이 우리 집 근처로 온다는 것이다!



둘째, 만남의 수고로움이 덜 한쪽이 돈을 낸다


갑자기 내 마음에 부채가 생겼다. 나를 만나러 집 근처까지 온다고? 굳이 만나고 싶지는 않았지만. 내가 먼저 만나자고 한 것도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내가 밥을 사야 할 것 같다'라는 의무감이 생겼다. 여기로 온다잖아. 그래서 나보고 메뉴도 고르라잖아. 그래서 결국 뭐... 내가 냈다. 내가 내야만 할 것 같았다.



셋째, 지난번에 얻어먹은 사람이 돈을 낸다


자주 만나는 사이에선  3번째 원칙이 주효하다. '이번에 내가 살게, 니가 저번에 샀잖아.' 너도 돈을 벌고 나도 돈을 버니 서로 번갈아가며 돈을 내는 것이 가장 합당한 처사인  보인다. 하지만  경우에도 변수는 등장한다.


내가 지난번에 얻어먹은 건 떡볶이였는데 이번에 먹은 것은 참치회라면? 얻어먹을 땐 혼자였는데 사줄 차례가 되니 여럿이 만난다면?


이런 경우의 수가 나온다면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내가 내야 하나. 아니 그래도 이번에는 좀 과한데? 혼자 동공 지진이 나고 밥을 먹으면서도 어떻게 하지, 하고 고민될 때가 있다. 물론 내가 돈이 많다면 이런 고민 따위는 하지 않겠지만... 나는 한 푼이 아쉬운 직장인이고 때로는 밥값 한 끼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내가 낼게, 아니야 됐어 내가 내



물론 친한 친구들하고는 돈이 아깝지 않다. 거의 계산대 앞에서 몸싸움을 벌 일정도로 서로 낸다고 할 때도 있고. 혹은 처음부터 '내가 낼게' 라며 상대의 마음을 안심(?) 시키기도 한다. 가장 좋은 경우는 '오늘은 내가 낼 테니까 맛있는 걸 골라'라는 배려를 해주는 친구인데, 그런 친구에게는 나도 아낌없이 지갑이 열린다.


최근에 두 번째 이유로 밥을 샀던 지인이 또 만나자고 연락을 해왔다.


지난번에 내가 냈고(3번 원칙) 이번에도 그 사람이 만나자고 했고(1번 원칙) 그래서 이번에는 '그 사람이 밥을 사려나?' 싶다. 하지만 차가 있다는 이유로 또 우리 집 근처로 나를 만나러 온다고 하기에 (2번 원칙) 나는 혼란스럽다.


이런 경우 누가 밥을 사는 게 맞는 걸까. 그래도 내가 사야 하나? 당연히 그쪽이 사는 걸까? 아니면, 굳이 이런 고민을 하느니 만남을 피해야 하는 걸까? 인간관계 모의고사가 있다면 이런 문제를 내고 싶다. '다음 중 누가 밥을 사야 하는지 고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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