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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퐝메리 Jun 16. 2020

사물의 이름을 아는 자



박완서 작가님이 그런 이야기를 한적이 있어요.
작가란 '사물의 이름을 아는 자' 라고.






요즘 알쓸신잡을 다시 보고있다. 그런데 김영하가 인상깊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소설등에 '이름모를 들꽃' 같은 표현이 나오는데 그렇게 쓰면 안된다는 것. 박완서 선생은 김영하에게 언젠가 '작가란 사물의 이름을 아는 자' 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한다. 사물의, 이름을, 아는 자. 그 말에 뻑갔다. 와. 그렇네. 사물의 이름을 아는 자, 그게 작가네. 


일찍 일어난 김에 집앞 공원을 산책했다.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새로운 풍경들. 특히나 이름모를 꽃들이 너무 아름다웠다. 그래서 나도 휴대폰 앱을 들어 [꽃검색]을 시도했다. 사물의 이름을 아는자가 되고싶었기 때문이다.





첫번째 꽃은 알리움. 몽글몽글 피어나는 꽃송이가 너무 아름다웠다. 이런 꽃이 다 있네? 그것도 도시 한복판에? 눈길을 사로잡기에 인생꽃으로 삼아볼까? 했지만 꽃말이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무한한 슬픔' 아니 무슨 꽃말이 이래... 너무 슬프잖아. 이렇게 예쁜데, 무한한 슬픔이라고? 괜히 코끝이 시큰해졌다. 너는 왜, 무한한 슬픔이 된걸까.






길을 걷다가 작고 예쁜 꽃도 하나 발견했다. 이 꽃의 이름은 '마거리트'. 얘도 너무 예뻤다. 마거리트의 꽃말은 '비밀을 밝힌다' 였다. 와... 쪼그만게, 심오하네. 마거리트는 곳곳에서 눈에 잘 띄었다. 와 예쁘다. 한참을쪼그리고 앉아서 마거리트를 구경했다. 이름을 알고나니 더 애틋하게 느껴졌다. 


여러 꽃들을 봤지만 오늘은 두 꽃만 마음에 담았다. 알리움, 그리고 마거리트. 물론 아직도 모르는 이름이 천지에 널렸지만, 아는 이름을 늘려간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산책의 가치는 충분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공기가 너무 좋더라. 꽃의 이름을 알고나니 세상이 조금 더 살만해진다. 작가는 아니지만 인생을 조금 더 사랑하는 법. 사물의 이름을 알아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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