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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퐝메리 Jun 30. 2020

마음이 아파도 뒤돌아보지 마세요



오랜만이다. 잘 지내?


퇴사했던 회사의 동료들을 오랜만에 만났다. 퇴사하고 처음이라 반갑기만 할줄 알았는데, 웬걸, 만나고 돌아오니  가슴만  했다. 그들은 이제 나의 '동료'  아니었다. 같은 회사에서 상사를 욕하고 서로 동고동락 하던 이들은 거기에 없었다. 아니 그들은 여전히 '동료' 였지만 나만 그곳을 빠져나와 있었다. 웃고 떠들고, 화도 같이 냈지만... 그뿐이었다. 그들 사이에서 나는 왠지모를 소외감을 느꼈다.



마음이 아파도 절대로 뒤돌아보지 마세요


문득 이동진의 칼럼이 한 편 생각났다. 그는 에우뤼디케를 구하기 위해 저승까지 찾아갔던 오르페우스 이야기를 들려준다. 구약성서에 있는 롯의 아내 이야기도 들려준다. 오르페우스와 롯의 아내. 그들이 지켜야만 하는 하나의 금기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절대로 돌아봐서는 안된다' 는 것이다.


이동진은 말한다. "왜 돌아보지 말것에 대한 금기가 반복되는 걸까요. 그건 혹시 삶에서 한 단계의 마무리는 결국 그 단계를 되짚어 생각하지 않을 때 비로소 완결된다는 것을, 사람들이 경험을 통해서 체득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인다. "아무리 마음이 아파도 뒤돌아보지 마세요. 정말로 뒤돌아보고싶다면 터널을 완전히 벗어난 뒤에야 돌아서서 보세요."


그랬던거다. 나는 오늘 구 회사의 옛 동료들을 만나면서 자꾸만 뒤돌아보고 있었다. 퇴사를 하고보니 보이는 그 회사의 장점들, 고향친구처럼 그리운 동료들, 오래다녔기에 익숙했던 회사의 기억들. 그런것들이 자꾸 떠올라서 괴로웠던거다. 뒤돌아보지 말걸. 이래서 뒤돌아보지 말라고 했었구나.




무표정으로, 돌아보라
터널을 완전히 벗어난 뒤에


퇴사를 했던 이유는 분명하다. 그리고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결국 퇴사할 것이다. 그렇지만 완전히 터널을 벗어나지 못한 탓에, 나는 돌덩이가 되어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가라앉고, 무겁고, 힘들기도 했다. 뒤돌아보지 말걸 그랬네. 아직 이 터널을 벗어나지도 못했는데.


이동진의 글을 읽고, '다시는 뒤돌아보지 않을 것'을 결심했다. 나는 오르페우스다, 나는 롯의 아내다. 뒤돌아보지 마라. 역사와 신화는 반복되어 사람들에게 충고하고 있었다. 돌아보는자 돌덩이가 될 것. 돌아보는 자 소금기둥이 될 것. 휑한 마음으로 자꾸만 고개를 돌리려는 내 자신을 단단히 붙잡는다. 뒤돌아보지 마세요. 절대로. 아무리 마음이 아파도. 절대로 뒤돌아보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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