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퐝메리 Sep 06. 2020

ENFP에겐 너무나 어려운 재택근무



재택근무를 일주일 더 연장합니다.


인사팀의 공지를 읽는 순간 좌절했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였다. 분노와 걱정이 앞섰다. 분노는 이 시국을 결국 초래한 광화문 빌런들에게 향했고, 걱정의 끝엔 내가 있었다. 이 짓을 일주일 더 한다고? 아 미추어버리겠네. 잘할 수 있을까, 나...(흔들리는 동공)


일단 내가 ENFP임을 알려야겠다. 유사과학이니 뭐니 하면서 놀림을 받지만 그래도 이만큼 사람유형 나누는데 정확한게 또 있을까 싶은. 그래, MBTI 말이다. MBTI 는 내게 많은 위안을 줬다. ENFP라는걸 알고 지난번에 썼던 글의 침울함을 극복했다. 직장인이  이후로 시작한 모든 공부가 실패로 돌아갔다는 얘기... 그러나 내가 ENPF이기 때문에  실패(?) 어쩌면 당연히 예상된 결과였다.






ENFP 특징 1) 작심삼일

하고싶은게 생기면 바로 해야하는 이들이지만 그게 3일 이상 가는일이 없다.

한가지 일을 끝내기도 전에 몇 가지 다른 일을 또 벌이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비슷한 이유로 재택근무가 너무 힘들다. 회사에서 일할때는 음악같은걸 들을 수도 없고, 들을 생각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재택근무라면...? 우리집이겠다, 보는이도 없겠다, 신나서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제낀다. 문제는 내가 지나친 감성충이라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면  음악에 엄청나게 몰입을 한다는 것이다. 이번주는 내내 비밀의 숲 OST 를 들으며 일했다. 손은 직장인의 그것이었지만, 머릿속의 나는 끊임없이 한여진과, 황시목과, 최빛을 떠올리고있었다. 과몰입이 특기이자 장기인 ENFP에게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면서 일에 집중하라고 하는 상황이라니... 이보다 더 큰 고문은 없었다. (그러면 음악을 안들으면 되잖아? 라고 할테지만 그런걸 혼자 제어할 수 있으면 이미 ENFP가 아니다)





ENFP 특징

2) 음악 미술 그리고 연극을 좋아한다






재택근무를 하는, 비밀의숲 과물입 오타쿠인 나... 자꾸 이런걸 검색해보고, 이런 책을 읽고싶다...




게다가 더 점입가경인것이... 이번주엔 내가 너무 좋아하는 가을방학이 신보를 냈다는거다. 제목은 <세상은 한장의 손수건> 아 미춌다... 정규앨범이다, 게다가. 가을에, 가을방학이라니. 이 살랑살랑 바람 부는 가을에, 가을방학이라니!!! 가을방학의 노래를 들으면 학교 운동장을 헐떡이며 뛰어야할것만 같다. 흰색 반바지를 입고, 무릎까지오는 양말을 신은 채. 뭐랄까 중학교 가을 체육시간의 그 느낌? -TJ들은 평생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우리 -FP들은 그런 상상과 망상을 하며 살아간다.



가을방학이 새 앨범을 냈다... 미춌다 나는 죽었ㄷ ㅏ...




그러니까, 그런거다. 나는 아직도 교과서 밑에 소설책을 숨겨읽고 밤새 라디오를 들으면서 일기장을 끄적이던 그런 인간이다. 그런데 나이가 먹었고, 사회화가 되었고, 어쩔 수 없이 직장인이 되었고, 그러다보니 구조안에서 체계안에서 '나 직장인이오' 하고 자아를 꾸며내며 살아왔다.


그런데 갑자기 지극히 사적이던 내 공간에서 공적인 역할을 하라고 하는것이다. 그러니 잘 될리가 있나. 집에서는 맨날 덕질하고 아 미쳤다 미쳤어 외치면서 똑같은 장면 계속 반복해서 보고, OST들으면서 드라마 주인공을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여기서 일을 하라니? 이 자아를 가지고, 여기서요?


어떡해 이러다가는 직장인의 자아를 잃을것 같아...


매일매일 화상회의로 출석체크를 하고, 업무일지도 쓰지만 어쩐지 집에서 일을 하는 나는 반쯤은 사라져있는 느낌이다. -TJ면 몰라도, -FP에게 재택근무라니... 우리는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몇시간은 망상에 빠질 수 있는 사람들이라구요... 아, 물론 나도 이 시국에 재택근무가 옳다고 생각한다. 그게 국가의 지침이고 회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협조이므로. 하지만 ENFP인 나는 재택근무가 너무 어렵다.


다음주는 또 어떻게 정신줄 붙잡고 직장인의 자아를 지킬 수 있을까. 내가 너무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면서... 비밀의숲을 보고나서... 잔뜩 사놓은 경찰관련 수사책들을 두고... 덕질의 공간에서... 공적인 역할을... ? 나의 본성을 드러내는 곳에서 나의 역할을 충실히해야 하는... 재택근무... 진짜 너무너무 괴롭다. 두 자아의 전환이 전혀 되지 않는다.


‘다시 출근하는 날까지 한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나는 끊임없이 괴로워했다... 별 하나에 재택과... 별 하나에 덕질과... 별 하나에 ENFP, ENFP...’



 



-



매거진의 이전글 100% 취향의 친구를 만나는 일에 대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