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ntasma 백 네 번째 이야기, 첫사랑
사람이란 항상 처음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첫사랑도 마찬가지다. 사랑이라는 단어 앞에 붙는 처음이라는 말은 사람을 참 설레게 한다. 여러 사랑이 있었지만, 진정한 의미의 나의 첫사랑은 너였다. 네 생각에 불덩이처럼 뜨거웠었던 나는 말도 안 되는 다짐을 마음속으로 하기도 했었다. 만약 네가 죄를 지어 감옥에 들어가는 일이 생긴다면, 내가 너의 죄를 다 뒤집어쓰고 대신 들어가겠노라고. 지금 생각하면 어린 날의 치기 같은 다짐이었지만 그땐 그랬다. 너의 허물마저도 내 사랑으로 감싸 안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너의 생각으로 매일매일이 충만했던 그때, 나는 너와 비슷한 마스크를 가진 사람만 봐도 마음이 덜컹거릴 정도로 너를 열렬히 앓았다. 풋사과처럼 풋풋했던 나의 감정은 끝내 빨간 사과로 변하지 못했지만 후회는 없다. 나의 첫사랑, 나의 사과 같던 너. 흐르는 강물에 반짝이는 모래알 같았던 너를 나는 아마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