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Fantasma

경성

Fantasma 118번째 이야기, 경성

by 석류
유령_경성.jpg
소년이라는 단어가 나에게 단어로서의 패티시즘을 낳았다면, 시대적 패티쉬로 작용한 것은 바로 경성이었다. 경성에 관련된 것들은 항상 내 흥미를 잡아끌었다. 경성은 모던적이며 아름답고 우아했다. 사실 나도 잘 알고 있다. 그 시대가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걸. 그 시대를 거쳐 온 사람들에게는 치열한 삶과 나라 잃은 아픔이 아뜩하게 느껴질 텐데, 참 이상한 일이다. 그러나 지금도 형태만 다른 채 충분히 혼란스러운 세상이기에 경성이 가끔씩은 매우 가깝게 느껴진다. 혼란스러움은 그때나 지금이나 같지만 경성에는 남다른 우아함이 있다. 지금과는 전혀 다른 우아함. 그 느낌에 사로잡히는 순간들이면 나는 눈을 감고 경성의 밤거리를 걷는다. 시대를 관통하는 걸음으로.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결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