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ntasma 스물여덟 번째 이야기, 만남
만남의 횟수는 많지 않았다. 고작 세 번이었다. 심지어 길지도 않았다. 섬광처럼 짧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랜 시간 너를 마음에 품었다. 세 번의 만남으로 깊게 누군가를 마음에 품는다는 게 가능할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지만, 너는 특별했기에 그 모든 걸 가능하게 만들었다. 너를 마음에 더 깊게 품어갈수록 나는 만남의 횟수에 대해 집착을 하기 시작했고 이윽고 그것에 대한 상관관계를 연구 하기 시작했다. 단테의 영원한 뮤즈이자 흠모의 대상이었던 베아트리체도 단테와 세 번 만났고, 김춘수도 아사코와 세 번의 만남을 가졌고, 김유정이 그리도 좋아했던 박녹수도 그와 고작 세 번 만났다. 그리고 나도 너와 세 번 만났다. 나는 항상 네가 있는 그 도시를 그리워했고, 너와의 네 번째 만남을 고대했다. 그 언젠가 너와의 네 번째 만남이 성사된다면 말해주고 싶다. 겨우 세 번 봤지만 당신은 참 강렬하게도 오랜 시간 내 마음을 관통했었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