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편의점에 있습니다 - 제8화
직업에는 귀천이 없는데, 가끔씩 나는 작아진다. 첫 책을 내고 처음 편의점에서 일을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다음 책을 내고 나면 주머니 사정이 나아질 줄 알았다. 그러나 두 번째 책을 내고 난 뒤에도 내 상황은 전혀 나아지질 않았다. 가끔 누군가가 나의 직업에 대해 물어볼 때 나는 작가라고 대답 하지만, 더 깊게 직업에 대해 물어보는 이들에게는 정작 글을 쓰는 일로 밥을 벌어먹고 살지는 못하고 있기에 파트타임으로 편의점에서 노동을 하며 글을 쓴다고 이야기한다.
작가라고 이야기했을 때 호기심에 빛나던 눈동자들이 편의점이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 측은함으로 바뀌는 걸 나는 많이 보았다. 모든 노동은 숭고한 가치를 띄는데, 그런 눈빛 앞에서 나는 자꾸만 작아진다.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도 대답을 하고 나면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어 지는 기분이 들었다. 조금의 시간이 흐른 후에 나는 숨고 싶어 지는 그 감정이 되려 부끄러워져서 당당해지려 노력했는데, 사실 아직 완전히 그 감정에서 벗어나기란 힘들다.
유명하지 않은 작가인 내게 있어서 편의점 근무는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수단인데, 왜 나는 계속 작아질까. 그것은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서 오는 감정은 아닐까. 두 권의 책을 냈지만, 생계에는 책이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허무함이 아직 나를 잠식하고 있기 때문일 테다. 그러나 나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아직은 종종 숨고 싶어 지긴 하지만, 이제는 이 일이 부끄럽지 않다. 이 일을 하지 않는다면, 나는 이렇게 글을 써 내려갈 수 없을 테니까. 그런 의미에서 편의점은 내게 있어 정말 고마운 일터다. 더 많은 시간이 흐르고 나면 숨고 싶은 감정도 사라지리라 생각한다. 아무렇지 않게 편의점에서 일한다고 말할 수 있는 그 날을 향해, 나는 오늘도 편의점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