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영화관 - 서울 (7)
완연한 여름의 햇살이 반기는 종묘공원을 걸었다. 원래는 종묘공원을 걷는 김에 종묘도 함께 걷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종묘는 닫혀있었다. 종묘를 걷지 못하는 대신 천천히 음미하듯이 종묘공원을 한 바퀴 돌았는데, 푸르른 초록이 만발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다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심지어 하늘마저도 유달리 더 파랗고 아름다웠다. 종묘공원을 걷다 보니 나무 그늘 한편에 모여 앉아 바둑을 두는 어르신들이 많이 보였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이렇게 모여 있으면 위험하진 않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탑골공원이 닫혀있는 지금 종묘공원은 그들의 유일한 힐링 장소이자 쉼터일 테니 코로나도 제쳐두고 바둑판을 들고 밖으로 나온 것이리라. 그래도 너무 밀접한 접촉은 하지 않기를 바랐다. 코로나는 노약자들에게 더 치명적인 바이러스니까.
나는 걸으며 오늘의 산책에 동행한 이를 바라보았다. 20대 초반, 그와 함께 처음으로 한강에서 우중 캠핑을 했고 학림다방을 갔었다. 꽤나 많은 시간이 흘러서 옅어질 법도 한데, 그의 얼굴을 바라보자 기억들이 오히려 더 또렷해졌다. 오늘도 그래서 학림다방을 가기로 했다. 종묘를 걷지 못했으니 대신 학림까지 걷기로 했는데, 함께 걷는 그 순간이 너무 좋았다. 누군가와 함께 걷는 시간은 언제나 참 따스하고 행복한데, 오늘은 더 그랬다. 머리 위로 부서질 듯이 쏟아지는 햇빛을 맞으며 누군가와 함께 걸을 수 있다는 건 하나의 축복과도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 시간들이 어두워지지 않고 계속 밝게 기억 속에 남기를. 10년 후에도 그와 함께 추억을 나누며 길들을 걷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