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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Fantasma

크레파스

Fantasma 서른일곱 번째 이야기, 크레파스

by 석류
어느 날, 내 옆을 스쳐가는 소년에게서 크레파스 냄새가 났다. 소년의 등 뒤에서 풍겨져 나오던 마른 크레파스 향이 나를 유년기로 이끌었다. 매일 밤 스케치북을 크레파스로 가득 칠하고 스르륵 잠들던 그때가 생각났다. 내 손 사이에 끼워져 있던 크레파스는 아침이 되면 마법처럼 제자리로 돌아가 있었다. 잠든 아이를 바라보며 손에 묻은 크레파스를 닦고 빼내던 엄마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아직도 나는 엄마의 마음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하나는 알 것도 같다. 나를 참 사랑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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