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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Fantasma

Fantasma 서른여섯 번째 이야기, 손

by 석류
나는 손가락이 참 못났다. 그래서 손이 예쁜 사람들을 보면 왠지 모를 동경에 사로잡히곤 했다. 대학 시절, 중강당에서 피아니스트 초청 채플 수업이 있었는데 한 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나는 그의 손만 내내 바라보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피아노 건반 위에 올려진 정갈한 다섯 손가락을. 무언가에 홀린 듯이 그렇게 바라보다가 수업이 끝난 후 그의 앨범을 구입했다. 앨범에 사인을 받는데 사인을 해주는 손도 참 고왔다. 지금도 종종 그가 연주한 뉴에이지를 듣곤 하는데 그때마다 홀린 듯이 바라보았던 그의 손이 떠오른다. 참 가지런하고 아름다웠던 손가락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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