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영화관 - 서울 (11)
초록의 푸르름이 가득한 낙성대공원을 걸었다. 낙성대에 거주하는 후배와 오랜만에 만나 함께 걸었는데, 열심히 걷다 말고 문득 후배가 내게 물었다. “낙성대에 온 소감이 어때요?”라고. 나는 후배의 물음에 “낙성대? 아직 나는 좀 낙성대.”라는 대답을 돌려주었다. 내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후배는 깔깔 웃었고,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내 입가에도 미소가 걸렸다. 별거 아닌 시시껄렁한 농담이지만, 내가 이 시간을 참 많이 그리워했고 기다려왔다는 걸 후배는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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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성대공원은 강감찬 장군을 기리기 위해 조성된 공원답게, 들어서는 초입의 광장부터 남다름을 뽐냈다. 기존의 동상들은 대부분 조금은 뻣뻣한 자세로 장군들이 서 있는 모습인데, 이곳은 달랐다. 강감찬 장군이 말을 타고 있는 모습의 동상이 인상적이었다. 동상을 보며 순간적으로 나폴레옹을 떠올렸다. 신화적인 존재라는 점에서 비록 시대는 다르지만 나폴레옹과 강감찬 장군은 닮았다. 용맹한 모습으로 말을 타고 있는 그림으로 유명한 나폴레옹처럼, 강감찬 장군도 눈앞의 모든 적군들을 바로 무찔러 버릴 수 있을 정도의 위엄으로 광장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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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감찬 장군의 영정을 모셔놓은 안국사라는 이름의 사당도 인상적이었다. 걷다가 사당 주변에 수려한 모습으로 조경되어 있는 소나무를 보고, 호기심이 일어 입구를 기웃거리는데 지나가던 시민이 말했다. 꼭 사당을 구경하라고. 엄청나다고. 엄청나다는 말에 솔깃해져 사당을 구경하기로 했는데, 사당 정면으로 올라가는 중앙계단은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그래서 옆에 있는 계단으로 돌아가야 했는데, 아무 생각 없이 오르다가 그 이유를 깨달았다. 높으신 분이기에 정면으로 올라가는 건 반기를 드는 듯한 의미여서 중앙을 통제한 건 아니었을까. 그 생각을 하자 소름이 쫙 돋으면서, 기분이 묘해졌다. 묘해진 기분과 함께 사당을 둘러보는데, 사당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참 절경이었다. 너무도 아름답게 탁 트인 경치가 약간은 멜랑꼴리 해진 기분을 달래주었고, 이 경치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이가 지금 내 옆에 있다는 것에 안도감이 들었다. 혼자가 아닌, 후배와 함께 낙성대공원을 거닐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렇게 낙성대공원에서의 평화로운 주말 낮이 청량한 바람을 타고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