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편의점에 있습니다 - 제15화
페르난두 페소아의 사후에 출판된 조각 글들이 묶인 책, <불안의 서>를 보면 그가 느꼈던 일련의 감정들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기분이 든다. 페소아는 늘 불안하고, 또 불안했으며 끝내 불안의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걸로 보인다.
나 또한 페소아와 다르지 않다. 늘 불안하고, 또 불안했으며 지금도 불안의 상태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언제까지 편의점에서 일을 하며 생계와 취재 비용을 벌어내야 하는지, 이러다가 영원히 전업작가가 되지 못하는 게 아닐까 라는 불안감과 이것마저 없다면 당장 나는 굶어 죽을 거라는 안정되지 못한 고용에 대한 불안감.
페소아의 <불안의 서> 안에 담긴 수백 편의 조각 글들을 읽으며 나는 그가 생전에 어떤 마음으로 이 글들을 종이에 꾹꾹 눌러 담았을까 생각했다. 페소아의 마음을 전부 헤아릴 수는 없지만, 그가 나처럼 우울했단 것만은 알 수 있었다.
관찰을 멈추지 않는 페소아. 사물을, 주변 인물을, 풍경을, 자신의 내면을 페소아는 관찰하고 글로 옮긴다. 나도 풍경과 거리의 모습과 카운터에 서서 이리저리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하고 또 관찰한다. 페소아와 달리 내면의 관찰은 굳이 하지 않아도 매일 ‘현타’라는 이름으로 자조 섞인 현실을 마주하기에 딱히 관찰이 필요 없다.
페소아처럼 나도 내가 써놓은 글들이 사후에 발견되면 어떡하지? 아니, 애초에 누가 나를 페소아처럼 주목해주기라도 할까. 어쩌면 세상은 내가 쓴 글에 관심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들을 하며 나는 옅은 우울이 감도는 얼굴로 흐트러진 창고의 물건들을 정리한다. 내일이 되면 언제 정리했냐는 듯이 또다시 흐트러져있을 물건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