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터의 독서

오늘도 편의점에 있습니다 - 제16화

by 석류


편의점에서 일하게 된 첫날 사장님이 말했다. 손님이 없는 시간에는 책을 읽던지, 공부를 하던지 본인 마음대로 카운터에서 시간을 보내도 된다고. 그러나 그 말을 곧이곧대로 알아듣는 아르바이트생이 있을까? 일견 자유로워 보이는 이 말에는 어폐가 숨어있다.



첫 번째로 손님은 언제 자신이 문을 열고 들어올지를 절대 예고하고 오지 않는다. 누구나 쉽게 드나드는 편의점이라는 공간의 특성상 지속적인 집중력을 요하는 것들은 할 수 없다. 책 읽기나 공부도 마찬가지다. 주간에 비해 드문드문 손님이 오는 야간 시간대라면 마음 편히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수도 있겠지만, 주간에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손님이 들어오면 손님에게 온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고, 물건의 판매로 인해 매대가 빈 상태가 되지 않도록 틈틈이 매장을 돌면서 빈 부분의 상품들을 채워 넣어야 한다. 그리고 손님이 음식을 시식대에서 먹고 갔다면 청결을 위해 테이블과 바닥을 닦고 쓸어야 한다.



이게 끝일까? 아니다. 끝일 리가 없지. 물건이 입고되면 수량에 맞게 들어왔는지 입고 명세서 종이를 확인하며 체크하고 물건 진열도 해야 한다. 직접 내려 마시는 원두커피류가 많이 팔렸다면, 수시로 커피 통에 쌓인 원두 찌꺼기와 커피를 추출하며 나오는 물들도 비워야 한다. 치킨이 팔릴 때마다 치킨 진열대가 비지 않게 치킨도 계속 튀기며 진열해야 하고. 그 외에도 자잘하게 해야 할 일이 많지만, 일일이 열거하려면 끝도 없으니 일단은 이 정도만 쓰겠다.



몇 년 간 편의점 근무를 해오며 나는 이 모든 과정에 익숙해져 이제는 자연스레 모든 일들을 해낸다. 그리고 이제 어느 시간대가 한산한 지를 알기에 손님이 덜 오는 시간대에 틈틈이 전자책을 읽는다. 종이책을 읽고 싶지만, 종이책은 집에서 읽고 일할 때는 전자책을 애용하는 편이다. 전자책을 읽는 이유는 명료하다. 손님이 오면 책장을 덮고, 나중에 다시 펴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는 종이책에 비해 전자책은 터치 한 번으로 스크린 세이버 모드와 읽는 화면으로의 전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집에서도 종이로 꾸준히 읽고, 밖에서도 전자책으로 책을 읽어내다 보니 월평균 6권에서 8권의 책을 읽는다. 이렇게 읽어낸 책들이 쌓이고 쌓여 고단한 내 하루들을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어주었다. 앞으로도 이렇게 단순한 노동의 공간뿐만 아니라, 활자를 흡수하는 공간으로도 카운터를 입체적으로 활용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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