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편의점에 있습니다 - 제17화
현재 일을 하고 있는 편의점에서 올 가을이면 나는 4년차에 접어든다. 햇수로 따지자면 5년차라 베테랑 중의 베테랑 아르바이트 생이라 할 수 있겠다.
몇 년 동안 일하며 나는 단 한 번도 근무시간에 늦은 적이 없었고, 근무일과 명절이 겹쳐도 군말 없이 명절에도 나와 일을 했다. 대타를 뛰어 달라고 할 때도 왠만하면 다 들어주었고. 게다가 부득이한 사정으로 근무를 빠지게 될 경우에는 한 달 전에는 항상 이야기해서 근무일을 조정했다. 모든 스케쥴을 최소 한 달 전에는 잡는 계획적인 성격 덕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일 년 중 근무를 빠지는 날은 한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드물었다. 고정적 월급을 받는 직장인이 아닌, 파트타임 아르바이트기에 하루라도 일을 빠지게 되면 그만큼 생계에 타격이 갔다. 그래서 나는 비행기를 타야 할 정도로 장거리 취재를 가야하는 일을 제외 하고는 좀 체 일을 빼지 않았다. 몸이 아파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언제나 나는 카운터에 서 있었다.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했다. 더 많은 곳을 취재하고 답사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급하게 은행과 우체국에 가야 할 일이 생겼다. 내 근무시간은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여서 도저히 은행과 우체국에는 갈 수 없는 시간대였다. 그래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는 야간 아저씨에게 두 시간 만큼의 페이를 현금으로 드릴 테니 10시까지 매장을 봐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아저씨는 흔쾌히 수락했고, 나는 은행과 우체국에 다녀올 수 있었다.
은행과 우체국에 다녀오는 것 까지는 좋았으나 내가 한 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조금이라도 근무시간이 변동되면 사장에게 말해야 하는데, 깜빡하고 사장에게 연락을 취하지 못했다는 거였다. 사장은 자신에게 이야기를 하지도 않고 함부로 근무를 바꿨다고 나와 야간 아저씨 둘 다 들들 볶았다.
겨우 두 시간이었다. 이틀도 아니고. 그리고 아예 내가 일을 빠진 것도 아니고 두 시간 후에는 나오는데. 페이 부분도 말끔했다. 계산이 헷갈릴 것도 없이, 사전에 내가 야간 아저씨에게 미리 지급 했으니까. 그러나 사장은 쓸데없는 부분에서 사람을 환멸나게 했다.
한 번도 아닌 여러 번 그 이야기를 앵무새라도 된 것 마냥 반복하는 걸 보며 진짜 질리는 유형의 인간이다 싶었다. 주말 알바들이 자주 그만 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깐깐한 걸 넘어 최소한의 융통성도 없이, 자신이 미리 입력한 시스템대로 굴러가지 않으면 안 되는 로봇 같은 존재임을. 나는 본인이 갑자기 연락해와 대타를 뛰어 달라고 할 때도 미리 그 시간에 스케쥴이 잡혀있지 않는 이상은 대신 나와 일해 주었는데. 이렇게 겨우 두 시간으로 사람을 대역죄인 취급해도 되는 걸까.
카운터에 서서 내내 차오르는 울음을 삼켜냈다. 금방이라도 대체 가능한 소모품 같은 존재로 사람을 취급하는 곳에서 나는 내일도 모레도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 슬프지만, 어쩔 수 없어서 마음이 더 답답하다. 답답한 마음을 억지로 누르고 나는 그렇게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편의점이라는 공간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