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보단 걷는 게 좋습니다

오늘도 편의점에 있습니다 - 제18화

by 석류



매일 하루에 한 시간씩 걸어 다닌다. 따로 걷기 운동을 하는 건 아니고, 일을 하러 가는 편의점이 걸어서 삼십 분 정도 걸리기 때문이다. 버스를 타면 오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지라, 버스비가 아깝기도 하고 내가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다른 시간대의 온도와 공기를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걷는 게 좋다.



P동과 S동에 위치한 편의점에서 몇 달간 일할 때는 멀어서 항상 버스를 타야만 했지만, 그 두 곳과 달리 지금 내가 일하는 E동은 바로 우리 옆동네기에 도보가 가능해서 좋다.


나는 매일 출퇴근길에 큰길 대신 하천 옆으로 난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일할 때도 충분히 사람에 치여 사는데 출퇴근길이라도 사람에 치이기 싫기도 하고, 그 길이 지름길이기도 하고, 이렇게라도 산책하는 기분을 내고 싶었으니까.



봄이면 산책로의 양 옆으로 초록빛의 풀들이 자라고, 벚꽃 나무가 자신의 계절을 만끽할 준비를 한다. 벚꽃이 필 즈음이면 나는 패딩을 벗고, 가벼운 바람막이를 겉에 입고 일을 하러 간다. 반팔을 입어야 하는 계절이 오면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날벌레들이 바쁘게 날아다니며 때때로 시야를 방해하곤 한다. 가을도 여름과 별반 다르지 않다. 요즘은 가을도 여름의 연장선 같은 느낌이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겨울이 되어 날씨가 많이 추운 날에는 하천의 물이 종종 언다. 하천의 물이 언 모습을 출퇴근하며 볼 때마다 나는 하천 위를 유유히 떠다니던 오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하는 궁금증에 사로잡힌다.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매일 편의점이라는 사각 박스의 공간에 장시간 갇혀서 지내는 내게 있어서 산책로를 따라 걷는 그 시간들은 작지만 확실한 기쁨을 준다. 걷기를 통해 아끼는 교통비도 빼먹을 수 없는 즐거움이고. 앞으로도 걸으며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싶다. 몇 해의 계절을 걸으며 몸으로 맞이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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