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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Fantasma

중경삼림

Fantasma 마흔 번째 이야기, 중경삼림

by 석류
대중영화에만 열광하던 나를 예술영화의 세계가 이리도 매혹적이라는 걸 알려준 작품, 중경삼림. 복수전공으로 들은 수업에서 교수님이 중경삼림을 틀었는데, 졸지 않기 위해서 눈을 부릅뜨고 화면을 응시하던 나는 운명처럼 중경삼림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나는 그날부터 왕가위 감독의 팬이 되었다. 인생의 영화를 하나 꼽으라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중경삼림을 꼽겠다. 중경삼림만의 스타일리시한 영상과 흔들리던 청춘의 모습은 내 마음을 마구 흔들어놓았기에. 지금도 나는 중경삼림만 보면 여전히 설레이곤 한다. 디비디도 여러 개나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중경삼림에 대한 나의 애착은 남다르다. 중경삼림을 스크린으로 감상할 기회가 생겼던 순간에는 감동에 젖어 눈물까지 났을 정도였다. 중경삼림 속 금성무와 왕비는 나의 아련한 청춘의 모습과 참 많이 닮아있었기에 더 정감이 갔던걸 지도 모른다. 나는 기분이 울적할 때면 풀지 못하고 아껴놓은 선물꾸러미를 풀러 보듯 중경삼림을 꺼내 보았고, 그때마다 위안받았다. 중경삼림은 나의 캘리포니아였다. 내 청춘의 유통기한이 있다면 만년으로 정하고 싶다. 그리고 캘리포니아 드리밍을 들으며 너와 함께 춤을 추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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