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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Fantasma

생일

Fantasma 마흔 한 번째 이야기, 생일

by 석류


생일을 챙겼던 게 언제인지 이젠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매년마다 생일 당일은 잔잔하게 보내곤 했다. 생일파티를 해도 이상하게 당일날 한 적은 별로 없었다. 그리고 희한하게도 생일날은 아파서 골골거리는 날이 몇 년 전부터 반복되곤 했다. 그래도 명색이 생일인데, 무료하게 집안에 누워있기만은 싫어서 아픈 몸을 이끌고 밖으로 발걸음을 떼었다. 상영관 안에 종일 앉아 영화를 보며 나와는 다른 삶의 결을 느끼며 하루를 보냈다. 영화는 내 자신에게 주는 작은 선물이었다. 그렇게 조용히 생일을 보내는 내게 유일하게 기다려지는 게 있었다. 너의 연락. 나는 한 번도 잊어본 적 없었던 너의 생일과 달리 너는 내 생일을 자주 잊곤 했다. 혹시라도 너의 축하 연락이 올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핸드폰 액정을 하염없이 들여다보던 나를 알까. 짧은 인사라도 너의 연락은 내게 큰 선물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큰 생일선물. 그래서 올해도 기다린다. 너의 생일 축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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