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오늘도 편의점에 있습니다 - 제29화

by 석류


P동의 편의점에서 근무하던 때의 일이다. 나는 평일 오전부터 오후까지 그곳에서 일을 했다. 평일 근무다 보니 주말에는 당연히 근무를 하러 나가지 않았는데, 어느 주말에 점장에게 전화가 왔다. 인건비가 많이 들어서 이제 사람을 쓰지 못할 거 같다고. 월요일부터는 자신이 더 길게 일을 할 테니 나오지 않아도 된다고.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었다. 면대면으로 말을 해도, 갑작스러운 일이기에 받아들이기 힘든데 전화로 해고 통보를 하다니. 미리 이야기를 했다면 야속하다는 마음이 들어도, 이해했을지도 모른다. 다른 일자리를 찾아볼 시간이라도 있었을 테니까.



그러나 점장은 최소한의 예의도 없이 전화로 해고 통보를 하면서 미안하다는 말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너무 화가 났다. 가장 일이 바쁘던 시기에는 경력자니까 바로 나와서 일을 해줄 수 있냐고 해서 바로 투입되어 일을 했고, 매일 상습적으로 교대시간에 30분 이상 늦는 걸 삼 개월 가량 반복해놓고 그만큼의 근무수당도 더 주지도 않았을뿐더러, 발주까지 매일 아침마다 전화를 걸어 나한테 원격으로 전부 다 시켜놓고 이렇게 사람을 헌신짝처럼 버린다니.



심지어 얼마 전에 아들에게 아파트를 사주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리고 편의점은 용돈 벌이로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아들에게 아파트를 사줄 돈은 되면서, 최저도 지급하지도 않으면서 아르바이트생을 쓸 돈은 아깝다는 게 참 통탄스러웠다. 이곳을 소개해준 E동의 점장님에게 곧장 전화를 걸어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를 받았다니까, E동 점장님도 황당해했다. 오랜 시간 나와 함께 일을 하며 내가 얼마나 열심히 매대를 정리하고 신경 쓰는지 보아왔기에, 일을 못해서 잘리는 게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예의 없는 처사에 본인도 어쩔 줄 몰라했다.



일을 잘할 필요가 하나도 없다 싶었다. 조금만 매출이 떨어져도 이렇게 사람을 금방 내치는 곳 일 줄 알았다면 내 온몸을 갈아서 일하지 않았을 텐데. 누군가는 용돈 벌이로 운영하는 매장이지만, 나에게는 생계가 달린 일이다.



해고 통보를 받은 날, 타지에서 내려온 지인이 곁에 있었고 갑작스레 백수가 된 나를 위로하기 위해 그가 술을 사주었다. 멀리서 왔는데, 도리어 내가 얻어먹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비참했지만 거절할 수 없었다. 나는 일자리를 잃었기 때문이다. 다시 일자리를 구하기 전까지 최대한 돈을 아껴야 했다. 정말 다시는 생각하기 싫을 정도로 끔찍했던 주말이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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