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편의점에 있습니다 - 제30화
김희준 시인의 시집을 읽다가 ‘싱싱한 죽음’이라는 시에서 눈길이 멈추었다. ‘싱싱한 죽음’은 편의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싱싱한 죽음’의 한 부분을 소개하고 싶다.
「싱싱하게 죽어 있는 편의점에는 이름만 바꿔 찍어내는 상품이 가지런하고
형편없는 문장을 구매했다 영수증에는 문단의 역사가 얼마의 값으로 찍혀있다」
편의점에는 매일 새로운 상품들이 입고되고, 때로는 리뉴얼이라는 명목 아래 이름만 바꾼 상품들이 다시 출시되고 입고되기도 한다. 시인이 말한 것처럼 영수증에는 형편없는 문장들이 숫자로 매겨져 가격이 찍혀있다.
숫자는 영수증에만 있는 게 아닌 상품에도 바코드와 유통기한으로 하나의 낙인처럼 찍혀있고, 매일 그 숫자들을 들여다보며 나는 숫자를 파는구나 라는 생각을 한다.
숫자를 판매하고, 다시 숫자를 건네받아 입력하는 편의점의 나날. 편의점에는 그렇게 수많은 상품들이 숫자로 매겨져 불리며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