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보다 더 열악한 곳은 없을 거야

오늘도 편의점에 있습니다 - 제34화

by 석류


S동의 편의점에서 일할 때, 역대급으로 열악한 환경을 목도했다. P동에서 일할 때도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이곳은 정말 역대급이라는 단어가 아니고서야 설명할 수가 없다.



S동의 편의점은 매장의 규모가 큰 편이었는데, 규모에 맞지 않게 에어컨은 한쪽 구석에 자리하고 있었다. 요즈음은 모두 천장형 에어컨인데, 일부러 설치를 하지 않은 건지는 몰라도 천장형 에어컨 없이 오래된 에어컨 하나만으로 여름을 나야 했다.



카운터까지 에어컨 바람이 닿지 않아 카운터는 건기의 동남아 온도와 맞먹었다. 혹시 선풍기가 있냐고 물어보았더니, 점장은 더우면 에어컨을 켜면 된다고 했다. 에어컨으로도 충분하다고. 대신 하루 종일 돌리지 말고, 더울 때만 잠시 틀라는 대답을 덧붙였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폭염에 내내 매장이 더운데 말이다. 그리고 에어컨을 켜도 카운터에는 바람이 잘 오지 않는데, 점장은 대체 이곳에서 여름을 어떻게 버티고 있는 걸까.



얼마 후 나는 점장이 여름을 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창고에 몰래 선풍기를 숨겨두고 혼자 쓰고 있었던 것이다. 충격적이었다. 근무자들은 쪄 죽든지 말든지, 자신만 시원하면 된다는 심보.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치킨 튀김기 기계가 있는 곳에는 원활한 환기를 위해 환풍기가 설치되어 있는데, 환풍기가 어느 날 고장 났다. 수리를 해야 하지 않나 싶어서 본사를 통해 담당 수리기사에게 수리비를 물어보았더니, 4만 원이 든다고 했다. 나는 점장에게 4만 원의 수리비용이 든다고 전달했고 점장은 돈이 드는 거라면 수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경악스러웠다.



에어컨에 이어 환풍기까지 구두쇠처럼 굴 줄은 몰랐다. 그렇다고 시급을 잘 챙겨주는 것도 아니었다. 최저에 미치지 못하는 6,500원을 지급했고, 하루에 한 번도 아닌 매 교대 때마다 200여 종의 담배 재고를 체크해야 하고, 수기로 출근부를 작성하고 폐기도 바코드를 찍는 게 아닌 수기로 공책에 적어놔야 했다. 타 근무자의 대타도 미리 말하는 게 아닌 당일 날 임박해서 아무에게나 연락해 땜빵을 맡기는 식이었다.



제일 끝판왕은 야간에 일하는 점장이 자신의 시간대에 들어온 물건을 정리하지 않고, 주간에게 다 넘겨버린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물건 정리 때문에 삼십 분씩 일찍 출근하곤 했다. 일찍 간다고 해도 그만큼의 돈도 못 받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점장은 정리를 안 하니까.



이러한 점장의 악랄한 행태 때문에 근무자들은 오래 버티질 못하고 계속 바뀌었다. 나는 그곳에서 5개월가량을 일했는데, 내가 가장 길게 일한 사람이니 말 다했다. 5개월간 수 없이 많은 아르바이트생들이 스쳐갔고, 하루 만에 도망간 사람들도 보았다. 나도 당장의 생계 문제만 아니었더라면 진작 더 빨리 그만두었을 거다.


너무 고생을 많이 해서인지 이제는 그 동네는 가지도 않는다. 노동 착취라는 단어가 걸맞던 P동의 편의점. 오늘도 그곳에서는 누군가가 저임금으로 노예처럼 부려지고 있겠지. 그런 생각을 하니 얼굴을 알지도 못하는 그 아르바이트생에게 짠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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