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증이 매대에 미치는 영향

오늘도 편의점에 있습니다 - 제35화

by 석류


내게는 강박 아닌 강박이 있다. 바로 흐트러진 물건을 참지 못하는 것이다. 매대가 흐트러지거나 판매되어 해당 물건의 자리가 비게 되면 무조건 즉각 채워야 한다. 비거나 흐트러진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계속 신경이 쓰이고 괴롭다. 대체 왜 괴로운지는 모르겠지만.



강박증 덕분에 내가 출근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교대를 위해 시재 점검을 하고, 매장을 한 바퀴 돌면서 흐트러진 매대를 정리하고 빈 물건들을 채우는 일이다. 30분에서 40분가량 매장 정리와 매대 채우기를 마치고 나면, 과자와 라면이 있는 창고와 워크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냉장창고 정리를 시작한다.



과자, 라면, 음료수 등은 주로 밤 시간에 입고되기 때문에 야간 근무자는 당장 눈에 보이는 걸 치워버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진열을 하는 건지, 항상 창고에 들어가면 엉망진창으로 물건들이 쌓여있다. 엉망으로 쌓여있는 물건들을 종류별로 각 맞춰 정리하고, 배열하고 나면 그제야 일 할 준비가 된 느낌이 든다.



그러나 한 번만 정리해서 끝나는 게 아니라는 것이 함정이다. 창고 정리는 하루에 한 번 정도만 하면 되지만, 매대는 다르다. 끊임없이 손님들이 드나들기 때문에 자주 흐트러지고, 간혹 자신의 자리가 아닌 다른 곳에 물건들이 있기도 하다.



나는 손님들이 매장을 떠나고 나면 오래 손님들이 서성였던 자리를 살피며 매대를 정리한다. 각 맞춰서 물건을 정리해놓고 난 뒤의 기쁨이란. 가끔 본사에서 직원들이 내려와 매장에 올 때가 있는데, 몇 번이나 직접 편의점을 경영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웬만한 점주보다 매장이 깨끗하고 정리를 잘한다고.



내가 편의점이라는 세계의 실태를 잘 모른다면, 어쩌면 넙죽 그런 제안을 받아들였을 수도 있지만 애석하게도 나는 너무 이 세계를 잘 알고 있었기에 단 한 번도 제안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적이 없다. 내가 초기 투자금을 통해 매장을 오픈한다 해도 큰 이익이 남는 것도 아니고, 수시로 그만두거나 일을 빼먹는 책임감 없는 아르바이트생들을 케어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일을 나오지 않으면 내가 언제든 대기조가 되어 일을 나가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결국 모든 스트레스는 나의 몫일 테니까.



그들의 제안은 내게 그저 기분 좋은 잠시간의 칭찬으로 남을 뿐이다. 누군가는 그래도 내가 말끔히 정리해놓은 매장을 눈여겨 봐주는구나 하는 칭찬. 뭐, 누군가가 봐주지 않더라도 정리하는 건 달라지지 않을 테지만. 오늘도 나는 묵묵히 흐트러진 매대 위의 물건들을 정리하고, 또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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