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ntasma 마흔다섯 번째 이야기, 소녀
내게 소년의 판타지가 <베니스에서의 죽음>의 비요른 안데르센이라면 소녀의 판타지화는 <레옹>의 마틸다였다. 소녀의 이미지화의 느낌은 <안녕, 첫사랑>의 롤라 크레톤과 <은교>의 김고은이었고. 둘 중 무엇이 나의 소녀시절과 가까운지 굳이 꼽는다면 <안녕, 첫사랑>에서 롤라 크레톤이 연기한 카미유라고 말하고 싶다. 욕망을 소환하는 은교와 달리 카미유는 직접 욕망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모습이 나와 닮았다. “내겐 사랑이 전부예요.”라고 말하던 카미유처럼 소녀인 나에게도 사랑이 전부였다. 소녀가 아닌 지금도 별반 달라진 건 없지만. 싱그러운 봄의 새싹처럼 피어나던 나의 소녀시절, 아련하게 널 사랑했던 그때가 가끔은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