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ntasma 마흔여섯 번째 이야기, 초록
나의 세상의 가장 따뜻한 색은 초록이었다. 초록색을 보면 평안하고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서 너도 내 세상의 또 하나의 초록색이기를 바랐다. 항상 흑백이던 네가 초록색으로 물드는 순간 우린 하나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았기에. 아주 서서히 나는 너를 초록으로 물들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몰랐다. 너를 물들이고 있는 내가 너의 색깔이 되어간다는 사실을. 이윽고, 네가 초록이 되었을 때 나는 나의 색을 잃어버린 채 흑백이 되었다. 초록이 된 너와 흑백이 된 나는 결국 그 무엇의 색도 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