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Fantasma

순대볶음

Fantasma 오십 세 번째 이야기, 순대볶음

by 석류


학창 시절의 낙중에 하나는 순대볶음이었다. 야자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길, 방향이 같던 친구와 함께 종종 집 근처의 분식점에 들러 순대볶음을 먹곤 했다. 간판도 없는 아주 허름한 분식점이었지만 맛 하나는 뛰어나서 출출한 날이면 자동으로 발걸음이 그곳으로 향했다. 순대볶음을 먹고 있으면 고단한 하루의 피로가 스르르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도 그 분식집은 같은 자리에 있다. 아주머니는 부쩍 나이를 먹은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았지만, 내가 그 맛을 기억하니까 괜찮다. 오늘 집으로 들어가기 전에 오랜만에 순대볶음이나 먹고 가야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애니메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