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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류 Jun 13. 2024

투이 언니들 (1)

기억의 단상 2020년 12월호

 

 내가 다니던 대학에는 외국에서 교환 학생으로 온 학생들이 많았다. 여러 국적의 교환 학생들이 있었지만, 가장 비율이 많았던 건 중국과 베트남이었던 것 같다. 투이 언니들은 베트남에서 우리 학교로 교환 학생을 왔다. 두 사람 다 이름에 투이가 들어간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그 당시의 나는 베트남 이름에 투이가 흔하게 쓰이는 이름이라는 걸 몰랐기에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어떻게 둘 다 똑같이 이름에 투이가 들어가는 사람들이 같은 학교로 교환 학생을 온 걸까 싶었으니까.    

 

*     


 투이 언니들의 풀네임은 꽤 길었는데, 외자 이름을 쓰는 나로서는 언니들의 긴 이름을 외우는 건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둘 다 투이라고 부를 수는 없었다. “투이 언니~” 하고 부르면 두 사람이 동시에 날 바라봤으니까. 그래서 각자 이름을 축약해서 한 명은 흐엉 투이, 또 다른 투이 언니는 탄 투이라고 불렀다.  


 투이 언니들은 한국어를 잘했다. 간혹 단어들을 잘 못 알아들을 때가 종종 있긴 했지만, 얼핏 말하는 것만 보면 한국인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유창하게 한국어를 구사했다.      


 흐엉 투이 언니는 장난 끼가 많았고, 탄 투이 언니는 매번 몰이를 당할 정도로 순둥이였다. 그렇다고 해서 탄 투이 언니가 절대 얌전한 성격은 아니었다. 탄 투이 언니도 흐엉 투이 언니 못지않게 내재된 장난 끼가 많은 사람이었으니까.      


 두 언니들은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하던 몇몇 베트남 친구들처럼 자취를 했다. 언제였던가. 투이 언니네에 놀러 갔을 때 언니들은 내게 베트남 봉지 라면을 한가득 쥐어주었다.      


“밥 잘 챙겨 먹어.”     


 언니들의 눈빛에는 나에 대한 걱정과 안쓰러움이 섞여 있었다. 받은 봉지라면을 들고 자취방으로 돌아가는 길, 나는 내가 외국인이고 한국에 유학 온 것만 같은 기시감에 사로잡혔다. 타국에서 유학 온 이가 그 나라에 거주하는 사람을 되려 챙겨주는 풍경이라니.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장면이 전혀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던 건 언니들의 태도 때문이었다. 언니들은 항상 나를 친동생처럼 아껴주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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