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ntasma 육십 한 번째 이야기, 버스 정류장
모두가 곤히 잠든 밤, 방음이 좋지 않았던 장소들에서 밤중의 통화는 어려웠다. 그래서 나는 꽤나 자주 전화통화를 위해서 근처 버스 정류장으로 나가곤 했다. 버스 정류장은 최적의 장소였다. 늦은 시간까지 다니는 버스 때문에 묘한 안도감도 들었고. 가로등보다 훨씬 밝던 달빛은 버스 정류장을 나의 무대로 만들어주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기분이랄까. 그리고 내 귓가에 은은하게 감기던 너의 목소리와 우리의 웃음소리도. 네가 내 앞을 스쳐 지나가는 버스에서 내리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비가 오는 날에도,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도, 눈이 오는 날에도 나는 버스 정류장에 앉아서 그렇게 너를 기다렸다. 수화기를 타고 넘어오는 너의 목소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