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Fantasma

영화

Fantasma 육십 세 번째 이야기, 영화

by 석류


영화를 보고 있을 때면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 영화 속으로 들어가 직접 그 인물들의 역사를 몸소 재현했다. 러닝타임 동안 나는 수많은 영화의 주인공이 되었다가 엔딩 크레딧이 오르면 다소 멍한 상태에서 현실의 나로 돌아오곤 했다. 나는 <중경삼림> 속의 하지무가 되기도 하고, <허공에의 질주>의 대니가 되기도 하고, <건축학개론>의 승민도 되고, <만추>의 애나도 되었다. 전혀 다른 삶의 굴곡을 가진 인물들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들이 될 수 있었던 건 무엇일까. 그것이 바로 영화만의 흡입력이 아닐까. 내가 아닌 내가 되는 것. 그래서 나는 오늘도 영화 속 누군가의 감정 선을 따라가 본다. 새로운 삶의 역사를 느끼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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