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ntasma 육십 일곱 번째 이야기, 책
본격적으로 독서습관이 잡히기 시작한 건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물론, 그 전에도 책을 친구 삼아 무료한 시간을 채우곤 했지만 책이 내 영원한 동반자라고 느낀 건 열한 살 때였으니 나름 일찍 철이 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책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나는 활자에 대한 애정도 함께 늘어남을 느꼈다. 중학생 무렵에는 학교 도서실의 소설책들을 전부 다 먹어치우듯 읽을 정도였다. 그리고 좋은 습관도 하나 생겼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책을 선물하는 것. 너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그렇게 독서를 즐겨하는 것 같지는 않아 보였지만 그때의 너의 관심사가 매우 뚜렷해 보여서 그것에 관련된 책들을 미리 알아놨다가 네 생일에 선물했다. 책은 단순한 선물이 아닌 내 마음을 너에게 전달하는 수단이었다. 지금의 너는 그 책들의 존재를 잊어버렸겠지. 그러나 나는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 책장을 펼치면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듯이 생생하게 움직이던 활자들의 움직임 속에 담긴 나의 마음을.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그때는 남의 활자 속에서 움직이는 게 아닌, 온전히 다 내 것일 활자들을 너에게 날려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