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단상 2023년 11월호
거의 일 년여만의 템플스테이였다. 온통 머릿속은 복잡하고 부서져있었고, 그나마 제주도를 다녀와서 환기는 되었지만 더 정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2박 3일간 템플스테이를 갔다.
작년부터 문수암에 가고 싶었지만, 매번 예약하기가 쉽지 않아서 발길을 돌려야 했는데 이번에 운이 좋게도 누군가가 취소했는지 갑자기 자리가 났고 그 길로 당장 예약을 했다.
문수암은 작은 암자였지만, 공양만큼은 큰 사찰보다 더 뛰어났다. 어느 정도였냐면 스님에게 절슐랭스타를 문수암에 줘야 하는 게 아니냐고 얘기했을 정도니까.
내 말에 웃으면서 재밌어하던 스님의 얼굴이 아직도 선명하다. 비단 절슐랭스타가 아니라 절쉐린가이드도 있으면 다 주고 싶을 정도로 공양에 들어간 정성과 맛이 엄청났다. 플레이팅 또한 장난 아니었고.
그래서 나는 매 끼니마다 두 접시씩 공양을 먹었다. 평소와 달리 과식을 해도 속이 더부룩하지 않았던 건 채식이어서 일까, 아니면 매일 만보 이상 걸어서였을까.
108배를 하며 염주도 만들고, 천왕봉이 보이는 산행도 하고, 고요한 새벽 밤하늘을 수놓은 별도 구경하고, 매일 새벽예불도 드렸다. 새벽예불은 보통 다들 춥고, 일어나기 힘들어서 참석하는 사람이 드문데 빠지지 않고 나타나는 나를 보며 스님은 “이제 불자 다됐네.”라고 말했다.
절하는 게 더 이상 어색해지지 않을 무렵, 다시 속세로 돌아왔다. 속세로 돌아왔지만 문수암에서 받았던 좋았던 순간들은 잊혀 지지 않는다. 그리고, 템플스테이를 통해 인연을 맺은 사람들도. 너무도 힘든 나날들이 지금도 계속 몰아치지만, 자연 속에 파묻혀 지냈던 잠시간의 시간동안 나는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었다.
한동안은 이 기억들로 용기 내어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힘이 들어 무너질 것 같을 때는 문수암에서 만들었던 염주들을 만지며 반야심경을 들어야지. 그러면 조금이라도 마음이 평온해질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