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Fantasma

착각

Fantasma 칠십 한 번째 이야기, 착각

by 석류
오랜만에 마음이 덜컹거리는 기분을 느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기 위해 버스정류장에 서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그곳에 서있던 너를 보았다. 정류장은 어두웠고 앞모습이 아닌 옆모습만 살짝 보일 뿐이라 네가 아닐 수도 있었지만 나는 철썩 같이 너라고 믿었다. 입고 있는 옷 스타일과 체격까지도 너와 흡사했으니까. 신호에 걸려 이쪽으로 넘어오지 못하고 있는 버스를 보는 척 나는 네 쪽으로 시선을 계속 던졌다. 이윽고 버스가 눈앞에 다다르고, 나는 드디어 너의 옆모습이 아닌 앞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 이럴 수가. 네가 아니었다. 내가 바라던 얼굴이 아니었다. 너라고 짧은 시간 동안 그리도 믿었던 얼굴은 네가 아니었다. 어쩌면 그건 너를 너무도 간절히 바라던 내가 만들어 낸 하나의 허상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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