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Fantasma

벤치

Fantasma 칠십 다섯 번째 이야기, 벤치

by 석류
봄냄새가 가득하게 번지던 밤의 벤치에서 수화기를 들어 네게 전화를 걸었다. 나름의 큰 용기가 필요했던 그 말을 건네기 위해 얼마나 망설임의 시간이 길었는지 너는 알지 못한다. 떨리는 내 목소리와 달리 담담하던 네 목소리의 여운이 길게 남는다. 감정을 숨긴다고 숨겼지만 결국 너의 눈에는 투명하게 다 들여다보였을 내 마음을 너는 고맙다는 짧은 말로 끝맺었다. 네게 고마운 사람이 아닌, 사랑의 존재가 되고 싶었다. 그 밤, 그 벤치에서 하염없이 앉아 긴 한숨만 내뱉던 나를 고맙다는 말로 정의 내리지 않았더라면 나는 네게 아련한 존재로 남을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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