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Fantasma

선암사

Fantasma 칠십 네 번째 이야기, 선암사

by 석류
벚꽃이 피는 봄, 순천 선암사에는 홍매화가 핀다. 매화향기가 흐드러지게 넘실거리는 선암사의 낮은 밤 보다 밝다. 남들이 벚꽃을 보러 소풍 길을 나설 때 나는 선암사로 탐매 여행을 떠나곤 한다. 정호승 시인의 시 ‘선암사’를 떠올리며 꾹꾹 눌러놓은 눈물들을 모아 선암사로 가지고 가는 그 길이 나는 참 좋다. 선암사 입구에 위치한 승선교의 모습에서 제일 먼저 나는 안정감을 찾는다. 우뚝 선 승선교가 삶에 찌든 내 모습을 깨끗하게 정화시켜주는 느낌이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눈물을 다 내려놓고 선암사에서 발걸음을 돌리는 순간, 비로소 나는 맑게 미소 지을 수 있었다. 꽃 피는 봄에 눈물이 난다면 선암사로 가라. 그리고 매화나무 아래서 눈물을 다 털어놓아라. 포근한 매화 향이 외롭지 않게 당신을 위로해 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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