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Fantasma

바람

Fantasma 구십 한 번째 이야기, 바람

by 석류
창밖에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불 때면 너의 얼굴이 떠오른다. 네가 내게 불어오던 시간들, 그리고 우리가 함께 했던 순간들은 어디로 갔을까. 바람에 날아가 버렸을까. 한때는 너와 내가 같을 거라는 생각을 자주 하곤 했었다. 그러나 산산이 그 생각을 너는 깨뜨리고 다른 이의 바람이 되어 날아갔다. 행복할 거라 믿었다. 내 믿음과는 반대로 오히려 네 얼굴은 전보다 어두워져 있었다. 너의 삶에 그 사람의 존재감은 힘이 될 만큼 무겁지 않았던 모양이다. 바람처럼 가벼웠나 보다. 어쩌면 바람처럼 가볍던 그의 존재감보다, 좀 더 무거운 존재감의 내가 너에게 다시 불어갈 차례는 아닐까. 네가 내게 불어왔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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